“저 아랫집 사람인데요”…문 열어줄 수 있습니까
![생활밀착 스릴러는 일상적 소재로 관객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공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사진은 주차 갈등이 빚는 비극을 그린 ‘주차금지’. [사진 영화사 주단]](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7/98985752-2106-4a71-aea3-ae4cf2360107.jpg)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주차금지’의 도입부다. 우리 주변의 흔한 주차 갈등으로 문을 연 영화는 연희가 이로 인해 낯선 남성(김뢰하)과 조우하게 되고, 그에게 살해 협박을 받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별 것 아닌 게 별 것이 되는 날이 온다고 했잖아”라는 남성의 대사는 일상의 작은 균열이 갈등과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공포를 일깨운다.
제작사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손현우 감독은 “주차 문제 만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가는 오늘의 사회를 비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차 갈등이 살인으로까지 번지는 현실에서 ‘주차금지’는 누구나 갖고 있는 일상 속 불안을 끄집어내 극대화한다.
일상 속 갈등과 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른바 ‘생활 밀착’ 스릴러다. 주차 갈등 뿐 아니라 층간 소음, 중고 거래, 휴대전화 분실, 스토킹 등 일상의 다양한 불안 요소가 영화의 소재가 되는 추세다. 최근엔 층간 소음 소재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개봉한 ‘백수아파트’를 비롯해 ‘원정빌라’(2024), ‘사잇소리’(2022), ‘괴기맨숀’(2021) 등이 흥행에 실패했음에도 층간 소음 영화의 계보가 이어지는 건, 층간 소음이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층간 소음 갈등을 다룬 ‘노이즈’.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7/ead50573-1d25-497c-aa9f-d58f72dd9151.jpg)
![층간 소음 갈등을 다룬 ‘84제곱미터’. [사진 넷플릭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7/f28e2365-3b7a-482d-a4c7-2827e96ae32f.jpg)


생활 밀착 스릴러의 강점은 공감과 몰입이다. 주변의 일상적 소재로 현대인의 근원적 불안 심리를 자극해 몰입도를 높인다. 평범한 주인공이 ‘남 일 같지 않은’ 고난을 겪기 때문에 관객이 감정 이입하기도 쉽다.
‘스마트폰을…’에 이어 ‘84제곱미터’를 연출한 김태준 감독은 “이런 장르의 유행은 다양한 갈등과 불안감, 고립감 등 녹록지 않은 사회 현실과 관계가 있다”며 “관객은 영화 속 이야기에 단순 공감을 넘어 내게도 언제든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층간 소음이나 주차로 인한 갈등에선 잘 모르는 이웃이나 타인을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를 넘어 공포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도어락’ 같은 소재의 스릴러가 앞으로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현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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