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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험 다시 보라고?" 수어통역사들 자격제도 개편에 분통

지난 8일 한국농아인협회(한농협)은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자격은 폐지돼 모든 현직 수어통역사는 재응시를 해야 한다. 유튜브 캡처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 제도 개편안이 발표되며 현직 수어통역사(통역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시험을 시행하는 한국농아인협회(한농협)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품질 보장을 이유로 들었지만, 통역사들은 일방적으로 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한농협 등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8일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제도를 기존 단일 급수 체계에서 1·2급으로 이원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1급은 방송·미디어, 사법, 정부 등 전문 통역 분야에서, 2급은 일반 수어통역 전반에서의 활동 역량을 인증하는 체계로 바뀔 예정이다.

한농협은 제도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로 수어 품질 저하를 들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성명서에서 “한국 수어와 자막 방송의 질적인 문제는 농인들이 방송을 외면하고 불신하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며 “자질이 부족한 수준 미달의 수어통역 때문에 농인 시청자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편 시 기존 자격은 폐지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기존 자격증이 무효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통역사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30년째 수어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56)씨는 “극악의 합격률을 자랑하는 시험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어렵게 합격했는데 자격 제도를 갈아엎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수어통역사협회 관계자는 “개편 과정에서 현직 통역사와의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사실상 한농협의 일방적인 결정이자 통보”라고 말했다. 한농협 관계자는 “기존 자격제도 보유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 자격 제도로도 통역사의 전문성을 검증하기에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국가공인 수어통역사 자격은 1차 필기, 2차 실기, 3차 합격자 연수를 모두 통과해야 부여된다. 민간자격정보서비스(PQI)에 따르면 지난해 수화통역사 시험 합격률은 2.3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합격률도 2021년(11.54%)을 제외하면 10% 미만이다. 38년 경력의 수어통역사 한은희(58)씨는 “10년간 시험에 낙방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며 “이미 실력을 갖춘 사람들도 떨어지는 시험인데,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개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앞서 수화통역사 자격 제도는 지난 2006년 한 차례 개편됐다. 지난 1997년부터 한농협이 시행하던 민간 자격시험이 보건복지부의 공인을 받아 국가공인으로 전환됐고, 기존 자격 보유자들도 이를 취득하기 위해 시험에 재응시해야 했다. 당시에도 통역사들이 자격 무효화에 반발하며 혼란을 빚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역사와 청각장애인이 상호 협력 관계에 있는 만큼 서로 소통이 필요하다”며 “외부 전문가 등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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