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내 전부 다 줄게”… 그 회장님들의 야구 사랑법
국내 대기업들의 ‘프로야구 경제학’
경제+
“그기 돈이 됩니까?”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온 진양철 회장의 일갈은 한국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프로야구단을 두고도 통한다. 야구단에서 나오는 수익보다 들어가야 하는 돈이 더 많고, 경영 성과와 직접 연결되지도 않는다. 주주들로부터 질타받지나 않으면 다행. 그런데도 재계 20위 그룹 가운데 8곳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단지 ‘야구광’ 회장님들의 비싼 취미 생활로 취급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는 올해 상승세를 탄 롯데·한화의 매진 행렬과 함께 그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서 구단주 대기업들은 계산기를 어떻게 두드리고 있을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구단은 역시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다. 매출액은 2023년 454억원에서 지난해 771억원으로 69.6% 성장하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기아 관계자는 “작년에 상품화 사업과 입장 수입 등이 대폭 늘었다”며 “우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아 타이거즈 홈구장인 광주광역시 챔피언스 필드를 찾은 관중은 역대 최대인 126만 명을 기록했다.
◆그래서, 모기업에 돈이 되나?=그렇다면 야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들도 함께 이득을 봤을까. 모기업 없이 스폰서십 형태로 운영되는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9개 구단은 모두 기업이 소유하는 체제다. 유일하게 NC다이노스만이 중견 기업인 엔씨소프트가 운영하고 있고, 나머진 대기업 집단에 속해 있다.

재무적인 측면 말고도 운영상 애로사항은 많다. 한 구단 관계자는 “투자 대비 성과를 보증할 수 없다는 점이 늘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아무리 거액을 들여 자유계약(FA)으로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해도 반드시 팀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도 ‘야구단 매각’ 카드는 꺼내들기 어렵다. 프로 야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뜨겁다 보니 매각을 검토했다는 것만으로도 모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지역 사회의 강한 반발, 지역 기반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재무제표 이면’에 숨은 가치=그런데도 왜 기업들은 각기 매년 수백억원씩 투입해 가며 야구단을 운영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히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재무제표 이면의 정성적 가치 때문이다.

다음으로 ‘소비자 접점 확대’(7곳)가 꼽혔다. B2C 기업으로선 야구를 통한 마케팅이 직접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시즌 내내 응원가 등을 통해 기업 이름이 계속 불린다”며 “홍보 및 소통 효과는 연 300억~400억원가량의 구단 지원금보다 훨씬 커, ‘ROI(투자 대비 효과)’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오너들의 숨길 수 없는 ‘야구 사랑’ 영향도 크다. 한화 이글스 경기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김승연 한화 회장은 자신이 직관한 날 승률이 높다는 이유로 팬들 사이에서 ‘승요(승리요정)’로 불린다. 올해도 구단 창단 40주년과 신축 야구장 개장 축하차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았다. 일본 ‘지바 롯데 머린스’ 구단주이기도 한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올해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직관했다. LG의 구광모 회장은 2023년 LG트윈스의 한국 시리즈 우승 당시 선수들과 함께 트로피를 힘차게 들어올리며 기쁨을 표현했다.
반면 어렸을 때부터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던 것으로 유명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5년 어머니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함께 야구를 관람한 이후,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법 리스크와 삼성전자 경영 상황이 맞물리며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야구단 운영 주체를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으로 넘긴 것도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관심은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LB, ‘광고판’ 이상의 비즈니스=미국 메이저리그(MLB)는 한국과 달리 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하는 사례가 드물다.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를 합쳐 총 30개 구단 중 모기업이 있는 곳은 캐나다 통신회사 로저스커뮤니케이션스가 운영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포뮬러 원(F1) 그룹을 소유한 리버티 미디어가 운영하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정도다. 나머진 투자자 그룹이나 독립적인 프로스포츠 운영 법인이 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MLB는 오너의 ‘야구 사랑’은 쏙 빠진 채 철저한 ‘비즈니스’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전문 기자인 고(故) 레너트 코페트는 자신의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를 통해 “(MLB 구단주들의) 야구 사랑이 경제적인 필요성을 뛰어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며 “만약 이익과 승리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MLB의 주 수입원은 중계권료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MLB 30개 구단 총매출은 역대 최대인 121억 달러(약 17조원)를 기록했는데, 중계권료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으로 구단 가치가 2025년 기준 82억 달러(약 11조5000억원)로 가장 높은 뉴욕 양키스의 경우 자체 지역 스포츠 방송인 ‘예스 네트워크(YES Network)’를 통해 방송 중계권료를 판매하고, 광고와 스폰서십 수익을 낸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KBO도 여성 관중 유입과 신축 구장 확충 등 문화적인 매력도 측면에서 MLB도 주목할 정도로 긍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기업이 어려우면 언제든 매각 대상 1순위로 오를 수 있는 것이 야구단인 만큼,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나상현.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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