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이것' 무료로 푼다, 네이버 카카오의 'AI 록인 전략' [팩플]
누가 한국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선점할 것인가.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최근 거대언어모델(LLM)을 오픈소스 형태로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AI 생태계 장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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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올들어 국내 IT 업체들 간 오픈소스 LLM 경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3일엔 네이버가 자사 LLM ‘하이퍼클로바X시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네이버 역시 “이번 공개는 단순한 모델 배포를 넘어, 한국의 소버린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이를 활용해) 다른 기업들이 더 강력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보다 한 달 전엔 LG AI연구원이 고성능 추론 특화 모델인 ‘엑사원딥’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전 세계 170만종 이상의 LLM이 모여 경쟁하는 허깅페이스에서 현재 하이퍼클로바X시드(3종)가 약 30만 4000건, 엑사원딥(3종)이 약 27만1000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최근 한 달 기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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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가 뭔데
오픈소스는 그 자체로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개방 환경에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허깅페이스나 깃허브 같은 글로벌 AI 플랫폼에서 전세계 개발자들이 오픈소스 모델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하면서 자발적 버그 수정, 기능 추가 등 방식으로 AI 모델 발전에 기여한다. 그렇게 특정 AI 모델의 활용례가 많아지면 ‘록인 효과’가 발생해 생태계의 힘이 더 강력해진다.

과거엔 오픈소스 모델이 폐쇄형에 비해 성능이 떨어져 “연구용 정도로나 쓴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딥시크 R1’이 오픈소스로 출시된 이후 그런 인식도 바뀌고 있다. 허깅페이스 내 37만 개 이상 모델을 배포하는 국내 서빙 인프라 기업 프렌들리AI의 김창엽 이사는 “딥시크 R1이 나온 이후 오픈소스 모델 성능이 올라가면서, 과거 오픈소스 모델을 고려하지 않았던 회사들이 실제로 (비즈니스에) 많이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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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생태계 누가 선점할까
국내 IT 기업들이 앞다퉈 오픈소스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한국의 AI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오픈소스 모델의 성능 차이가 좁혀지고 경량화가 가속하면서, 성능 경쟁 보다는 기기·서비스로의 연동·응용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AI 개발의 패러다임이 막 바뀌는 국면에서 국내에서도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사업화가 물꼬를 트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AI회사를 운영하는 한 대학 교수는 “누구나 비교 검증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AI모델을 공개한다는 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방증이고, 고객들을 유료 모델로 유도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도 “개발자들이 오픈 소스 모델을 통해 우리 AI 모델을 경험하고나면, 보다 고도화된 비즈니스 작업을 위해 우리의 폐쇄형으로 AI 모델로 유입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다”며 “실제 오픈소스 출시 한 달 만에 비즈니스 협업 문의가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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