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국왕 방문에 들뜬 캐나다…왕실폐지론자들도 '환영'
환영 인파 속 오타와 도착…트럼프 주권 위협 속 상징성 부각
환영 인파 속 오타와 도착…트럼프 주권 위협 속 상징성 부각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48년 만에 영국 국왕으로서 캐나다 의회 개원 연설에 나서는 찰스 3세 국왕이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오타와에 도착했다.
캐나다의 상징적 국가 원수인 찰스 3세의 이번 방문에 영국 왕실의 존재에 무관심하거나 폐지를 주장했던 캐나다 시민들조차 환영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갖은 주권 위협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진 탓이다.
이날 미국 CNN 방송과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부부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25명의 의장대의 환영을 받으며 오타와 공항에 도착했다.
찰스 3세는 이후 오타와 공원에서 지역 사회 단체와 만남을 가졌으며, 지역의 거리 하키 대회에서 첫 번째 퍽을 떨어트리는 행사 등에 참여했다.
이튿날인 27일에는 영국 국왕으로서는 48년 만에 캐나다 의회 개원을 알리는 '왕좌의 연설'(The Speech from the Throne)에 나설 예정이다.
찰스 3세가 방문한 이날 오타와 시내에는 국왕을 환영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은 국왕의 이번 방문이 모두 미국에 주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캐나다의 의지를 국제 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국왕을 보기 위해 온 시민 노먼 맥도널드는 AP에 찰스 3세가 캐나다인을 대표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오타와에 온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캐나다는 구매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군주제 폐지를 지지했다는 다른 시민 조지 모나스티리아코스(32)는 AFP에 "이런 순간에는 우리는 모두 군주제 지지자"라면서 찰스 3세의 방문은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찰스 3세를 보기 위해 오타와 시내의 랜스다운 공원에 몰려든 수천 명의 인파 중 한 명이었다.
이들은 찰스 3세가 캐나다에 도착하자 "국왕 폐하 만세"를 외쳤으며 카니 총리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모나스티리아코스는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우리 주권에 대한 위협을 고려했을 때 국가의 실질적인 수장이 여기 와서 왕좌에서 직접 연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도 (찰스 3세의 연설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캐나다 합병에 대한 발언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FP는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에서 그간 군주제에 대한 지지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51번째 주(州) 병합' 발언 등 여러 주권 위협을 거치면서 자라난 반미 여론의 영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고 전했다.
오타와 시민 크리스티나 리스(61)는 AFP에 찰스 3세의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단지 우리만 상대하는 것이 아닌 영연방 소속의 56개국 모두를 상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캐나다 시민들은 여전히 군주제가 구시대적인 식민 시대의 유산이라며 국왕의 방문에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몬트리올 출신의 로렌스 웰스(26)는 AFP에 "이번 방문이 트럼프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말로 영국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군주제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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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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