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상금 1억원으로 전용 연습장 차렸다…18살 ‘당구 천재’ 김영원

열여덟 소년에겐 쉽게 감이 잡히지 않을 금액 1억원. 스마트폰도 새로 바꾸고 싶고, 번듯한 게임용 컴퓨터도 사고 싶지만 당구 유망주가 자신에게 주기로 한 선물은 전용 연습장이었다. 어느 누구의 간섭 없이 오롯이 당구만 생각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공개한 소년의 얼굴에선 미소가 흘러 넘쳤다.
고(故) 이상천과 故 김경률 그리고 김행직(33)과 조명우(27)의 뒤를 이을 ‘당구 천재’ 김영원(18)을 지난 19일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의 연습장에서 만났다. 지난해 11월 프로당구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을 제패하고 받은 우승상금 1억원으로 이 연습장을 마련했다는 김영원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모처럼 쉬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 마음껏 영화도 봤다”면서 “그래도 올 시즌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연습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마침 지난달 집 근처의 연습장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서 매일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다. 2승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7년생 김영원은 한국 당구가 주목하는 차세대 스타다. 중학교 때부터 실력이 소문나 신동으로 불렸고, 지난 시즌 데뷔하자마자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선배들을 긴장시켰다. 또, 꾸준한 활약으로 상금(1억5750만원)과 포인트(21만4500점)에서 모두 4위를 기록하며 이때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김영원은 “사실 당구만 치기에도 하루가 모자라다. 점심 즈음 연습장으로 나와 오후 8시까지 개인 연습을 한다. 가끔은 다른 당구장에서 동호인들과 게임도 한다”면서 “저녁에는 영어 공부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또, 하체 보강을 위해 틈날 때마다 중랑천을 따라 1시간씩 뛰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고 웃었다. 김영원의 이러한 다부진 각오를 증명하듯, 연습장 입구의 게시판에는 “남들만큼 하는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김영원이 지닌 최대 장점은 부드러운 스트로크다. 흔들림 없이 일정한 스트로크로 기본적인 포지션 득점을 놓치지 않는다. 본인 표현을 빌리면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힘도 가졌다. 물론 약점도 많다. 김영원은 “힘이 필요한, 소위 말해 배팅이 많이 들어가는 공은 아직 처리가 미숙하다. 또, 스리 뱅크 샷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부라크 하샤시(19·튀르키예)를 꺾은 김영원이 결승 진출의 기쁨을 누리던 순간. 아버지 김창수씨가 다급히 김영원을 불러 세웠다. 심판에게 인사를 깜빡한 아들에게 “인사를 먼저 드려야지”라고 다그쳤고, 그제야 김영원은 심판에게 인사를 건넨 뒤 관중석을 향해서도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김창수씨는 “아이 키우는 부모 마음은 다 같지 않겠는가. 실력을 떠나 인성이 먼저인 선수로 키우고 싶다”면서 “(김)영원이는 어릴 적부터 말썽을 피우거나 투정을 부릴 줄 모르는 아이였다. 심성이 착하고 성격이 차분한 아들이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영원은 “지난 시즌 우승은 해봤지만, 결승전에서 패하기도 했고 다른 경기에선 처참하게 지기도 했다.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올 시즌에는 더욱 단단한 당구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구 신동’ 김영원은…
생년월일 : 2007년 10월 18일
신장·체중 : 1m79㎝·체중 70㎏
출신교 : 도봉초-북서울중
별명 : 당구 신동, 당구 천재
특이사항 : 당구 전념 위해 고교 진학 포기
고봉준([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