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벗어던진 여성들이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심었다

" 이 나라에 살고 있잖아. 나도 눈이 있어. "
이곳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 창밖에서 ‘히잡 반대’ 시위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부에 검열된 언론은 이들을 ‘폭도’라고 칭한다. 인스타그램 속 영상들을 통해 참혹한 진상을 접한 대학생 딸 레즈반(마흐사 로스타미)은 TV를 가리키며 거짓이라고 말한다. 수사 판사로서 시위대를 심문 중인 아빠 이만(미사그자레)은 딸에게 “네가 어떻게 아느냐”며 화를 낸다. 그런 아빠에게 레즈반은 소리친다. 나도 현실을 보고 있다고.

감독은 이 영화로 인해 지난해 징역 8년형을 선고 받았다. 관계 당국의 허가 없이 촬영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영화촬영을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로 공모한 것”이라고 봤다. 출연한 여자 배우들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유럽으로 망명하여 지난해 열린 제77회 칸영화제에서 특별각본상을 직접 수상했다. 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8회 칸영화제에서 이란체제에 반발하는 영화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도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다.

감독은 정치범으로 수감된 상태에서 이 시위를 접했고,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을 기획했다. 그는 배급사를 통해 “젊은 세대가 주도한 시위를 보면, 억압한 사람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며 더 열려있는 길을 택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휴대폰 비밀번호까지 남편과 공유한 엄마 나즈메와 달리, 딸들의 손에 들린 휴대폰은 통제할 수 없는 ‘가교’가 된다. 영화는 작은 화면을 통해 키운 자매의 생각이 사회 모순을 붕괴시킬 ‘씨앗’이라고 말한다.
교류가 없던 공간들은 창밖의 시위가 심해지고, 급기야 레즈반의 친구가 시위에 휘말리며 경계를 잃는다. 그 과정에서 이 가족은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감독은 이란 남부의 한 섬에서 본 ‘인도보리수’를 통해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란 제목을 떠올렸다. 인도보리수의 씨앗은 다른 나무의 가지 위에 떨어진 후 그곳에서 발아한다. 뿌리가 땅에 닿으면 숙주 나무를 감아 오르며 질식시키고,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특징이 있다. 감독은 이를 통해 분명히 말하고 있다. 여성들의 외침은 부패한 권력을 질식시킬 거라고. 167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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