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건부 신설", 환자단체 "의료공백 피해조사"…서로 다른 의료공약 요구

의정갈등이 1년 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열리는 21대 대선을 앞두고 의사단체와 환자단체는 서로 다른 보건의료 공약을 요구했다. 의사단체는 보건부 신설을, 환자단체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최우선 과제로 주문했다.

27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한국정책학회와 공동 주최한 대선 보건의료공약 세미나에서 보건부 신설을 비롯해 의료정책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을 앞세웠다. 보건과 복지 정책을 한 부처에서 다루는 현재 체계에서 보건부를 떼어내,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인이 바라는 보건의료정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대선기획본부 공약연구단장)는 “의료정책은 기본적으로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다”며 “보건복지부 내에 전문적이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주체가 모호하다. 전문가 중심으로 조직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정갈등이 정부의 '비과학적인' 정책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란 문제의식이다. 의협은 보건부 신설 외에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ㆍ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등 의료정책 심의구조에 대한 개편도 요구했다. 이밖에 ▶1차ㆍ예방의료 강화 ▶지역 맞춤형 필수의료 수가 도입 ▶공보의ㆍ군의관 복무기간 단축 ▶의료사고 국가책임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의협의 주된 요구인 보건부 신설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공약한 바 있다. 다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보건부 신설만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전문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효진 한국정책학회 연구부회장(가톨릭관동대 의대 교수)은 “보건부가 신설된다면 현재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 정원의 일부가 이관될 것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지금보다)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독립성·전문성을 위해서라는 얘기 외에, 부처가 신설되면 국민이 직접 체감할 보건의료 서비스 변화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의협도 책임성을 갖고 제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도 이번 대선을 통해 1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갈등 상황이 해소되고, 재발을 막을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해법에선 환자ㆍ국민 중심의 의료 지원에 방점을 찍으면서 의료계와 각을 세웠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국민의힘ㆍ더불어민주당과 간담회를 열고 자체적인 보건의료 공약을 제언했다고 이날 밝혔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ㆍ국민 피해조사와 재발방지법이 이번 대선의 1순위 보건의료 공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ㆍ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지역의사제 실행 ▶지역거점병원 확충 ▶간병서비스 공공화 ▶국민건강부 설립 등 15대 정책을 제안했다. “중증질환자들은 하소연조차 할 곳 없는 최악의 상황을 버텨왔다”는 호소와 함께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은 마땅한 해결책도, 대안도 내놓지 못 하고 있다”라면서 ”최악의 의료공백이 우리 사회에서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 조사, 재발 방지에 관한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남수현.정종훈([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