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리치-베일-케인' 넘었다... 토트넘 구단도 팬도 손흥민 찬양, "우리의 진짜 레전드"
[OSEN=이인환 기자] 얼마나 우승 트로피가 필요했을까. 그리고 그것을 위해 끝까지 남은 주장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토트넘은 26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특별한 장면을 공개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은 페리맨, 제닝스, 치버스, 로버츠 등 토트넘을 대표했던 위대한 선수들로부터 진심 어린 환영을 받았으며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유럽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1984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정상에 섰다”고 전했다.
같은 날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최종전에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을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1-4로 무릎을 꿇었다. 결과적으로 리그 11승 5무 22패 점 38점, 골득실 -1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구단 역사상 최저 순위인 17위로, 기존 최악이던 1993-1994시즌의 15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22패는 프리미어리그 체제 이후 단일 시즌 최다 패배 기록 타이. 42경기 체제까지 포함해도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패배 횟수 중 하나로 남았다. 이 경기 직후 다시 한 번 다니엘 레비 회장과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한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브라이튼전이 끝나고 우승 축하연에서는 환호가 이어졌다. 이미 22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에게 이날은 그저 하나의 축제일 뿐이었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이후 오랜 시간 이어진 무관의 굴레를 벗어던졌고 주장 손흥민 역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브라이튼과의 경기가 끝난 직후 토트넘 선수단은 팬들 앞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특히 손흥민은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들이 준비한 '가드 오브 아너'를 받으며, 가장 먼저 UEL 트로피를 들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1983-1984시즌 UEFA컵을 들어 올렸던 주역들이 직접 나서 후배를 맞이했다. 이미 트로피 세리머니와 런던 거리 퍼레이드를 모두 경험했음에도 손흥민은 이날도 트로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무게 15kg에 달하는 UEFA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그는 끝까지 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손흥민은 남쪽 스탠드로 이동해 관중들과 교감했고, 그 뒤로 동료들에게 트로피를 넘겼다. 이후 손흥민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었고, 마지막에는 토트넘 전설들과 악수를 나누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를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부주장단도 흐뭇하게 지켜봤다.
한편 이 우승으로 손흥민은 토트넘의 근대사에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기게 됐다. 21세기에 들어서 토트넘은 여러 스타 선수를 배출했지만 정작 팀에서는 아무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스퍼시(Spussy)'라는 단어가 하나의 조롱거리처럼 여겨질 정도.
실제로 손흥민 이상의 위상을 가지고 있던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 해리 케인 모두 우승 트로피를 위해 토트넘을 떠났다. 특히 손흥민과 영혼의 듀오이자 토트넘 유스 출신의 케인이 우승 트로피를 위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것은 큰 충격을 줬다.
![[사진]OSEN DB.](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7/202505271755770114_68358018d3a64.jpeg)
[사진]OSEN DB.
1882년 창단 이래 UEFA 유럽 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토트넘의 주장은 단 세 명뿐이다. 1972년 앨런 멀러리, 1984년 스티브 페리맨, 그리고 2025년 손흥민이 그 계보를 잇는다. 토트넘은 이 세 인물을 함께 담은 이미지를 올리며 “손흥민은 유럽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엘리트 캡틴 그룹의 일원이자 명백한 토트넘 레전드”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날 구단은 손흥민이 페리맨, 아르딜레스 등 과거 레전드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사진과 영상을 공식 채널에 게시하며 “토트넘 구석구석, 전설들로 가득하다”고 표현했다. 또 손흥민이 홀로 스타디움에 앉아 트로피를 바라보는 장면에는 “진정한 레전드(True Legend)”라는 문구를 붙였다.
팬들 역시 이 주장에 동의했다. 글로벌 커뮤니티 '레딧'의 토트넘 팬 페이지 'COYS'에서도 여러 팬들이 "손흥민야 말로 토트넘의 진짜 레전드"라고 찬양했다. 한 팬은 "만약 손흥민이 케인처럼 토트넘 유스 출신에 영국인이라고 생각해봐라. 아마 두 선수의 비교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팬은 "케인뿐만 아니라 모드리치나 베일 모두 토트넘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그들이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팀을 떠나고 나서다"라면서 "그러나 손흥민만은 떠나지 않고 오직 토트넘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팬과 함께 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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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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