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서 벌어지는 일은 학살"…이스라엘 비판 커져(종합)
프랑스어권 작가 300명 이스라엘 제재 강화 촉구 EU 집행위원장 "혐오스럽다" 이례적 비판
프랑스어권 작가 300명 이스라엘 제재 강화 촉구
EU 집행위원장 "혐오스럽다" 이례적 비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이스라엘의 강도높은 군사작전과 봉쇄로 가자지구의 민간인 인명피해와 인도적 위기가 심각해지자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 장 마리 구스타브 르 클레지오를 포함한 프랑스어권 작가 300명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학살'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27일(현지시간)자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실은 공동 기고문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더는 '끔찍한 일'로만 부를 수 없다"며 "이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지 않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로, 우리는 이를 '학살'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휴전 협정 파기 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더 잔혹하게 재개됐고 이스라엘의 주요 인사들은 공개 발언을 통해 집단학살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학살로 규정하는 건 이제 많은 국제 법학자와 인권보호단체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군사나 정치 지도자는 아니지만 수수방관하는 관중이 되길 거부한다"며 "5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위해, 굶주리고 다치며 평생 상처를 입은 생존자들을 위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제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이뤄 팔레스타인인의 안전과 정의를 보장하고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임의로 구금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영국에서는 전 대법관을 비롯해 법조인 800명 이상이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을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전쟁 범죄, 인류에 대한 범죄, 국제 인도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자행되고 있다"며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의 파괴를 막기 위해 긴급하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최근 공격을 "혐오스럽다"고 규탄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 집행위는 항상 이스라엘의 안전과 자위권을 지지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민간인에 대한 이같은 무력 사용은 인도주의적 관점이나 국제법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U 집행위원장의 이스라엘에 대한 강도높고 직접적 비판은 매우 이례적이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WDR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반유대주의에 맞선 우리의 확고한 투쟁, 이스라엘의 존립권·안보에 대한 우리의 전폭적인 지지가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추가 조처를 해야 할지 매우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전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계속하는 이유가 뭐냐며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1단계가 종료된 이후인 지난 3월 18일 가자지구를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재개했다. 이달 16일부터는 가자지구 재점령을 목표로 하는 '기드온의 전차' 작전에 돌입해 가자지구 학교 단지와 민가까지 무차별 폭격하고 있다.
아울러 가자지구를 봉쇄해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을 사실상 통제한 탓에 가자지구 내 의료, 식량 위기가 극심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 가자지구에서 의료 장비 대부분이 고갈됐으며 진통제를 포함한 기본 의약품의 42%가 재고가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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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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