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능, 그게 세상이다” 양자역학에 빠진 예술
![깜빡이는 LED 숫자를 활용한 설치작업으로 작가로서 입지를 굳힌 미야지마 다쓰오의 ‘폴딩 코스모스’ 전시장 모습. 이번 전시에선 거울을 활용한 다양한 신작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갤러리바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8/99896516-7e92-4dc4-a63f-650df21a4da7.jpg)
이것은 디지털 시계가 아니다. 일본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다쓰오(宮島達男·68)의 설치 작품이다. 점멸하는 숫자 LED에 우주와 생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표현해온 미야지마가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6월 28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전시 제목이 ‘폴딩 코스모스(Folding Cosmos)’, 우리말로 ‘접혀진(겹쳐진) 우주’다.
미야지마는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입구 바닥에 설치된 LED 숫자 설치작업 ‘경계를 넘어서’를 통해 이미 많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친숙해진 예술가다. 변화하는 디지털 숫자 배열은, 그가 사람들에게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게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시각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중요한 재료다.
작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그리고 ‘영원히 계속된다’는 내용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이 깔렸다. 22일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두고 21일 전시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점멸하는 색색의 숫자는 내게 이 세계에 존재하는 각 개체이고,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빛이 잠시 멈춰 보인다고 해도 그게 끝은 아니다. 숫자는 다시 시작된다. 그 안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거울 소재에 LED 숫자를 결합한 신작 시리즈를 선보이며 우주와 시간, 그리고 생명이 서로 얽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Hundred Changes in Life - no.3’, 2024, 100x48.5x20㎝. [사진 갤러리바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8/ccc725ca-8f59-4c7d-b1ea-1d88299fac5e.jpg)
원통형 LED를 이용한 또 다른 신작 ‘삶의 100가지 변화’(Hundred Changes in Life)도 눈길을 끈다. 킨 시리즈에서 숫자가 카운트 다운했다면, 이 시리즈에선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무작위로 바뀐다. 그런데 그 안에 ‘0’이란 숫자는 없다. 이에 관해 묻자 그는 “0은 불이 꺼져 있는 상태. 즉 ‘블랙 아웃’된 순간”이라며 “명멸이 지속하는 상황이 바로 살아 있음, 즉 생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선 불이 꺼진 상태까지 포함해 총 10개의 숫자와 10개의 색이 무작위로 조합되며 100개의 다른 상태가 만들어진다.
그는 어떻게 1980년대 말부터 LED 숫자를 작업 재료로 쓰게 됐을까. “세대를 초월해 변치 않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는 그는 “디지털 시대의 상징인 LED 숫자는 ‘시간’의 개념을 드러내며, 그것과 연결된 우주의 각 개체를 시각화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팬데믹 시기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으며 그의 사유는 더 확장됐다. 개별 숫자가 아니라 군집을 이뤄 작동하는 원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그 과정에서 ‘양자역학’의 원리에 더욱 매료됐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불확정성 원리’, 하나의 양자 시스템이 여러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중첩’의 개념 등이 그것이다.
미야지마는 “일부 카운트다운 되는 작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의 숫자 변화 속도와 색은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달라진다”며 “예측 불가능한 것이야 말로 세상 변화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거울은 상징성이 크다. 관람객은 작품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두 개의 다른 우주가 만나는” 것을 은유한다. 그는 “작품은 각기 다른 관객에 의해 무한하게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관객은 작품의 중요한 일부”라고 덧붙였다.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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