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TV토론 이런 식으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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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검증 대신 인신공격, 말꼬리잡기만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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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 절실
후보들은 정책과 국정 수행 능력을 따지기보단 인신공격과 말꼬리잡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3차 토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주변 인물이 너무 많이 사망했다”며 이 후보를 공격했고, 이 후보는 “김 후보도 측근들이 부정비리로 처벌받지 않았냐”고 반격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을 거론하자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는 계엄 때 왜 집에서 샤워하면서 시간을 끌었냐”고 따졌다. 1, 2차 토론 때와 똑같이 토론 주제와 상관없는 네거티브 공방만 판쳤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로 상호 고발하는 추태까지 벌였다. 토론 수준이 바닥을 기니 유권자의 관심도 떨어진다. 지상파와 종편을 합쳐 1, 2차 토론 시청률은 각각 19.6%와 18.4%에 불과했는데 TV토론이 도입된 이후 시청률이 20%대 미만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 TV토론이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우선 TV토론의 횟수와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지금은 중앙선관위 주최로 3회에 걸쳐 회당 120분의 토론만 의무적으로 열리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 또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포맷도 바꿔야 한다. 지금은 후보 주도권 토론이 시간총량제 방식이어서 각 후보의 발언 시간이 6분30초 이내로 제한돼 있다. 기계적 균형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되기 힘들다. 약점이 드러났을 때 동문서답으로 빠져나가도 추궁할 틈이 없다. 충분한 양자토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 사회자나 전문가가 유권자를 대신해 후보에게 직접 질의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TV토론은 사회자가 발언 시간만 조정하는 제한적 역할에 그치지만, 미국 대선 TV토론에선 사회자가 토론의 품질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TV토론 참여자가 너무 많아 진행이 산만하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지지율 30~40%대 후보와 지지율 1~2%대 후보가 똑같은 발언 분량을 얻는 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후보들이 부각되도록 토론의 문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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