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어 'EU 언어 지정' 또 무산…스페인 국정도 차질?
'기반 취약' 스페인 정부, 카탈루냐 정당 지지 확보차 추진
'기반 취약' 스페인 정부, 카탈루냐 정당 지지 확보차 추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스페인 정부가 추진해온 카탈루냐어의 유럽연합(EU) 공식 언어 지정이 또 한 번 무산됐다.
EU 당국자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열린 EU 27개국 유럽담당 장관회의 안건으로 스페인 자치지역 언어인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의 EU 언어 지정 여부에 관한 투표가 포함됐지만, 일부 회원국 요청으로 투표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EU 규정에 따라 인정되는 공식 언어는 총 24개로, 새로운 공식 언어를 추가하려면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회의에서 다수 회원국은 카탈루냐어 등을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부적절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U 공식 언어 24개 외에 유럽 전역에서 사용되는 소수계 언어가 60가지에 달해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발트 3국(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에서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많은데, 러시아어도 EU 공식 언어로 지정해야 하느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EU 공식 언어가 늘어날 경우 해당 언어 번역에 수반되는 막대한 행정적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스페인은 관련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으나 EU 내부적으로는 정권 교체 가능성을 고려하면 스페인의 약속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스페인 정부는 앞서 2023년에도 자치지역 언어의 EU 공식 언어 지정을 추진했으나 당시에도 회원국들 이견에 유야무야 됐다. 또 한 번 투표가 무산되면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국정 동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체스 총리의 사회노동당(PSOE)이 이끄는 연립정부는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출범 초기부터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 등과 협치해왔다. 지난 2017년 중앙정부 불허에도 카탈루냐가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한 탓에 '불편한 관계'임에도 카탈루냐어의 EU 언어 지정을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특히 국방비 증액이 포함된 예산안 등 핵심 입법안 가결을 위해서는 지역정당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압박에 올해 국방비 증액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스페인의 국방비 지출 비율은 작년 GDP의 1.24%로, 군대가 없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1개국 중 꼴등이다.
이날 복수 EU 외교관은 AFP통신에 스페인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가 사실상 준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동북쪽의 카탈루냐, 북쪽의 바스크 지방, 서북쪽의 갈리시아 각 자치지역에서는 의회 등에서 공식 언어로 사용된다. 카탈루냐어 사용자는 약 900만명, 갈리시아어는 약 300만명, 바스크어는 약 75만명으로 알려졌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빛나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