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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장 대신, 배신하지 않는 노력"…임진희, US여자오픈 도전

임진희가 에린 힐슨 골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2024년 LPGA 투어에 진출한 임진희는 여성 운동 선수 중 치장을 가장 안 하는 선수일 것이다. 그런 임진희가 얼굴 전체를 가리는 커다란 자외선 차단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 인근의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다. 이곳에서 29일 밤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이 열린다.

이제 피부관리를 시작한 걸까. 임진희는 “미국에 왔더니 알레르기가 심하다. 갈대, 나무, 꽃가루 등 여러 식물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가리개를 벗으니 얼굴에 트러블이 많았다. 임진희는 “재채기도 많이 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재채기하면 주위 사람이 “갓 블리스 유(God bless you)”라고 한다. 과거 전염병을 염려해서 생긴 말이지만, 직역하면 하느님이 당신을 축복하길 이란 뜻이다. 임진희에게 “신이 자주 축복하겠다”고 했더니 임진희는 “만약 신이 있다면 그랬겠네요”라고 했다. 임진희는 신 보다는 자신의 노력을 믿는다.

임진희는 다른 선수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방과 후 과정으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시작이 늦었고 부모의 지원도 풍족하지 못했으며 재능이 뛰어난 편도 아니었지만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최고 열심히 하는 선수보다 30분 더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했다. 임진희는 2023년 KLPGA 최고 자리에 오른 후 지난해 바다 건너 LPGA 투어에 갔다.

드라마 ‘폭싹속았수다’의 애순이 엄마처럼 제주 출신 임진희는 억척스럽게 아끼면서 살았다. 훈련에 집중 못 할까 핸드폰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골프에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휴일에도 용하다는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원하지 않으면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했는데 “상관없다. 다들 내 얼굴 아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임진희에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게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다.

이런 선수들이 불리한 것도 있다. 예쁘게 꾸미는 선수들이 팬도 많고 좋은 스폰서를 얻는다. 임진희는 실력에 비해 작은 회사들의 후원을 받았고 지난해까지 후원해 준 회사의 형편이 좋지 않아 올해는 스폰서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신한은행 모자를 쓰고 있다.

임진희의 소박한 차림새가 아니라 정신을 아름답게 본 회사다. 얼굴 트러블이 심한데도 임진희가 사진을 찍자고 한 이유는 그런 스폰서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임진희는 세계 랭킹 1위를 목표로 미국에 왔다. 지난해 신인으로 CME 포인트 22위를 했으나 올해는 21위로 기대보다는 못하다. 임진희는 “미국의 골프 여건은 아주 마음에 드는데 삶의 질은 좋지 않다”면서 “갑자기 집에 단전, 단수가 되고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는 등 답답한 일이 많다”고 했다.

골프에서도 그렇다. “지역마다 기후가 워낙 다양하고 날씨 변화도 심해 우승할 거라고 기대한 대회에서 잘 못 칠 때도 있고 별 기대 없이 나간 대회에서 잘한 적도 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생각보다 많다는 걸 깨닫는다”고 했다.

마음대로 안 되니까 더 노력해서 잘 준비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건 임진희가 가장 잘하는 거다. 임진희는 29일 밤 9시51분 이와이 치사토(일본), 나나 코엘츠 메드센(덴마크)과 한 조로 1라운드를 시작한다.

밀워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mail protected]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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