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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척척 앱도 만들어준다, 개발자 뒤집은 ‘바이브 코딩’

국내 상륙한 ‘바이브 코딩’ 열풍
경제+
‘느낌’대로 코딩?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태평양을 건너 판교에도 본격 상륙했다. 개발자의 직감과 의식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구현하는 새로운 코딩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함께 늘 쓰던 말로 편하게 코딩한다는데, AI랑 코딩하면 사람 혼자하는 것보다 더 나을까? 그럼 코딩 하나도 모르는 비개발자도 개발할 수 있는거 아닌가? 요즘 가장 뜨거운 바이브 코딩, 정체가 무엇인지부터 어디까지 가능할지, 개발자 일자리를 위협할 존재인지까지 분석했다.
◆느낌으로 코딩하는 시대=바이브 코딩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사람과 AI가 대화하면서 코드를 생성하는 새로운 코딩 방식이다. 코딩 언어를 몰라도 “알람 앱 만들어 줘” 같은 자연어 지시를 내리면 AI가 코드를 생성한다. 오픈AI 공동 창립자이자 전 테슬라 AI 디렉터인 안드레 카파시가 지난 2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바이브 코딩’을 언급하며 유행이 시작됐다. 그는 “(바이브 코딩은) 바이브(느낌)에 몸을 맡기고, ‘지수적(exponential) 발전’(기하급수적 발전)을 즐기며 코드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 단어가 빠르게 확산됐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바이브 코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AI 코딩 어시스턴트 ‘윈드서프’를 개발한 동명의 스타트업 윈드서프를 약 30억 달러(4조1500억원)에 인수했다.

바이브 코딩 열풍은 한국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달 자사 테크 블로그에 ‘바이브 코딩,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의 시작일까요 ? ’라는 분석 글을 올렸다. 온라인 교육업체인 패스트캠퍼스는 8개의 바이브 코딩 관련 강의를 제공하고 있고, 추가로 7개 이상 바이브 코딩 강의를 열 예정이다. 직원 수 300명 규모인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초기에는 보안 이슈로 바이브 코딩을 금지했으나,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결제해 몰래 쓰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돼 결국 전면 통제를 접고 사내에 공식 도입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동료 개발자 수준으로 진화=바이브 코딩의 가장 큰 강점은 인간이 평상시 쓰는 말(자연어)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LLM이 등장하면서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AI의 능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그 덕에 AI는 ‘조수’에서 ‘동료’로 승격했다. 코드의 ‘맥락’을 읽는 능력이 생긴 것. 이전 코딩 AI와 차원이 다르다는 게 실제 바이브 코딩을 경험해 본 개발자들의 평가다. 채용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두들린의 서동민 CTO는 “과거 코딩 AI는 지금 쓰고 있는 코드를 완성해주는 것만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커서AI’ 같은 바이브 코딩 툴은 모든 코드를 관통해서 추론해 주고, 코드를 추천해 주는 식으로 코드를 작성한다”고 했다.

경험 많은 개발자도 오타나 들여쓰기 등 사소한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그런데 AI는 이런 개발자가 발견하기 힘든 오류를 잘 찾아낸다. 개발자 출신인 김영무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꼼꼼함에선 (AI가) 사람을 능가한다”며 “개발 잘한다고 평가받는 개발자도 오타나 들여쓰기 등 아주 사소한 실수를 하고, 사소할수록 리뷰, 문제 원인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바이브 코딩 툴을 활용해 (AI에) 리뷰를 맡기면 1분 만에 원인을 진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브 코딩에도 허점은 있다. 자신이 만든 코드를 스스로 검증하는 ‘디버깅’ 능력은 떨어진다는 것. 사소한 오·탈자는 고쳐도 논리적인 하자를 교정하는 데에는 능숙하지 못하다.

동료 개발자들도 역량이 천차만별이듯, AI도 성능이 각기 다르다.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바이브 코딩 AI는 ‘깃허브 코파일럿’이다. 지난해까지 총 사용자는 1500만명에 달한다. 코드 작성은 기본이고, 검토에 자연어 교정도 해준다. 커서AI와 윈드서프는 코딩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비서)를 제공한다. 초보자들을 위한 코딩 AI로는 ‘리플릿’과 ‘러버블’이 꼽힌다. 직관적인 UI(유저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오픈AI의 챗GPT나 앤스로픽의 클로드 같은 범용 AI 역시 코딩을 도울 수 있지만, 완벽히 ‘바이브 코딩’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복잡한 프로젝트에선 모든 상황을 오래 기억하지 못해서다. 대규모 코드 작업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바이브 코딩 꿀팁은=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지만 초보는 어떤 AI를 활용할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바이브 코딩에 앞서 자신의 코딩 실력부터 가늠해야 한다. 코딩을 처음 접한다면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갖춘 AI 툴을 쓰는게 좋다. 앞서 언급한 리플릿과 러버블이 대표적이다. 한눈에 프로그래밍 과정을 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디자인에 관한 추가 제안도 해 준다. 초보자들에게 ‘튜토리얼’ 역할을 해주는 셈. 미국 대형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의 톰 블롬필드 파트너는 “코딩이 익숙지 않다면 두 AI를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AI와 일하려면 효율성을 미덕으로 삼는 ‘똑똑한데 게으른’(똑게) 상사 스타일이 좋다. 업무를 위임하기 전에 AI에 사전 정보를 공유해주자. AI도 왜 만드는지는 알아야 ‘일머리’가 생긴다. 명료한 프롬프트(명령문) 입력은 필수다. 예시를 들어 주고,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입력해야 한다. 여기서 “~는 하지 마” 같은 부정적인 명령보다 “~을 해 줘” 같은 긍정적인 화법이 더 효과적이다. AI도 한꺼번에 업무를 처리하는 건 버겁다. 단계별로 업무를 쪼개서 명령하자. “기능별로 앱을 모듈화해 달라”는 명령을 내린 뒤, “중요한 순서대로 개발해 줘”라고 입력하면 된다.

최종 사용자의 ‘니즈’도 고려해야 한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 속을 들여다보진 못한다. 코드가 정교해도 이용자가 불편하면 헛일이 되는 셈. 코딩 중간에 사람이 직접 개입해 개발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코드를 검증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란 의미다. 19년간 개발자로 일한 카카오 백엔드팀의 이호정 개발자는 “AI 코드 자체로는 품질 확인이 안 된다”며 “사람이 직접 이 코드가 내부 규정에 맞는지, 유지 보수에 적절한지를 철저히 리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발자의 미래는=바이브 코딩의 등장은 개발자들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장인정신’보다 창의적인 기획 능력이 있는 개발자가 돋보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개발자 출신인 오영택 알토스벤처스 심사역은 “예전에는 꼼꼼한 개발자가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기획력이 있는 개발자가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개발자의 역할도 실력 있는 AI 에이전트들을 한데 모아 지휘하는 방향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는 개발자가 단일 AI 에이전트만 쓰지만, 곧 다중 AI 에이전트에 명령하며 일 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 AI 하나는 개발을 하고, 나머지 AI는 리뷰를 하는 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관계자는 “개발자는 반복적인 코딩보다 AI에 정확한 지시를 내려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코딩을 배우기 시작한 예비 개발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초보 개발자 대신 AI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 내 ‘엔트리 레벨’(초급 단계) 직원들 일자리 9200만 개가 AI에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입 일자리가 줄어드니 선배한테 ‘도제식’으로 노하우를 배울 수도 없다. 찾는 곳도, 가르치는 곳도 없으니 취업을 미루고 대학원 문을 두드리는 예비 개발자가 늘었다. 유혜인 카카오벤처스 인턴은 “주변에 주니어 개발자들 대다수가 AI 관련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며 “학부 때 배운 내용은 기초 이론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AI와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오현우.김남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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