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수면 지옥 훈련, 신지애는 터미네이터가 되고 있다"

신지애와 이일희가 28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 인근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US오픈을 앞두고 연습라운드를 함께 했다. 이일희도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중고 시절 흔들리는 만원 버스 손잡이를 잡고서도 스윙의 팔꿈치 각도를 연구하던 선수였다. LPGA 투어에 갔다가 어깨 부상으로 오래 쉬었지만 그 와중에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재활해 US여자오픈 나타난 독종이다.
두 선수는 “우리 주니어 선수 때 워낙 뛰어난 선수가 많아 중고연맹전 대회에서도 언더파를 쳐야 컷을 통과할 정도로 치열했다”며 웃었다. 둘은 중학교 때 한 달간 한 방에서 훈련한 인연으로 가장 친한 친구다.
그러다 지난겨울 전지훈련 얘기가 나왔다. 이일희는 “지애가 잠을 안 자는 거예요. 저는 7~8시간은 자야 하는데 지애는 4시간밖에 안 자면서 훈련을 해요. 거기에 맞추려니 저는 죽을 맛이었거든요. 정말 도망가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요즘 골프 선수들이 많이 앓는다는 번아웃 같은 걸 신지애는 전혀 모른다. 그런 것도 다 태워 버릴 기세다.
이일희는 “지애는 피곤하면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운동을 더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낮잠도 자고 했는데 이제는 뭔가 터미네이터가 된 것 같아요. 곰곰 생각해보니 매번 자기의 한계를 깨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신지애는 “운동을 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는 ‘온·오프’가 중요하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온이에요. 훈련할 때 미련 없이, 확실히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건데 다른 사람들은 잘 쉬어야 한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요”라면서 “골프가 좋은 게 아니라 잘 치는 골프가 좋아요.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골프를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일희는 “아마 지애가 모든 골프 선수 중 가장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일 것”이라고 했다. 신지애도 동의했다.
그런데 그게 잘 하는 것일까. 지난주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서 그린에서 쭈그리고 라인을 보는 선수가 별로 없었다. 다들 무릎이 좋지 않아서다. 남자 골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너무 과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신지애의 몸은 괜찮을까. 신지애는 “팔꿈치 다섯 번 수술했어요. 왼쪽 두 번 오른쪽 세 번이요. 아프면 빨리빨리 고치고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해 커버하면 돼요. 안 다치는 기술도 필요해요. 골프 하면서 허리를 많이 숙이는데 그 자세가 좋아야 해요. 또 기다리면서 서 있는 자세도 매우 중요하죠. 저는 무릎과 발목은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신지애는 “연습한 만큼만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장 많이 훈련하니 우승하고 싶다는 뉘앙스다. 에린 힐스는 ‘장타자의 파라다이스’라는 말이 있지만 신지애에게도 가능성은 있다.
신지애는 지난 2년간 메이저대회에서 3위 이내에 3번 들었다. 2023 US여자오픈 공동 2위, 브리티시 여자오픈 공동 3위, 2024년 브리티시 공동 2위다.
밀워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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