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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츠베덴 음악감독, 세계 곳곳 악단서 '직장내 괴롭힘' 논란"

네덜란드 공영방송 탐사보도프로 '포인터' 50여 명 인터뷰해 보도 "츠베덴 지휘 때는 단원들이 병가 내고 신경안정제 복용도" 츠베덴 "까다롭게 굴 때 있다는 거 안다…항상 비판 각오" 해명

"서울시향 츠베덴 음악감독, 세계 곳곳 악단서 '직장내 괴롭힘' 논란"
네덜란드 공영방송 탐사보도프로 '포인터' 50여 명 인터뷰해 보도
"츠베덴 지휘 때는 단원들이 병가 내고 신경안정제 복용도"
츠베덴 "까다롭게 굴 때 있다는 거 안다…항상 비판 각오" 해명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 얍 판 츠베덴(64)이 세계 곳곳의 악단들에서 단원들에게 모욕적 발언을 일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소문은 그간 클래식음악 공연업계 안팎에서 파다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개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공영방송(NPO) 산하 KRO-NCRV 방송사에 따르면 이 방송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포인터' 제작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다.
이 방송사는 22일에 47분 분량의 유튜브 영상과 네덜란드어, 영어, 프랑스어로 작성된 관련 기사를 공개했으며, 25일에는 'NPO2' TV 채널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제작팀은 "가장 유명한 네덜란드 지휘자인 얍 판 츠베덴이 일하는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오케스트라 단원, 직원, 경영진 등 50여명을 인터뷰하는 등 6개월간 취재했으며 그 결과 '두려움의 패턴'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압도적 다수의 취재원은 익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만 인터뷰에 응했다.
일부 단원은 리허설 도중 다른 단원들이 보는 앞에서 츠베덴으로부터 실수나 실력 부족을 가혹하게 지적당하는 등 모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그는 마치 당신이 네 살 아이인 것처럼 소리를 지른다"고 전했다.

일부 단원들은 츠베덴이 지휘를 맡을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병가를 내거나, 심박수를 낮추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베타차단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직장 내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돼, 단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홍콩의 한 취재원은 "그(츠베덴)가 당신을 들볶기 시작하면 당신이 스스로 알아서 대처해야 한다"며 어떤 사람이 츠베덴의 비판 대상이 되면 다른 사람이 나서서 편을 들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오케스트라(단원들)만 그런 게 아니다. 모두 그를 두려워한다. (악단의) 경영진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얍 판 츠베덴과 일한 경험에 관해 오케스트라 단원이 아닌 전·현직 관리자 6명에게 물어본 결과도 소개했다.
관리자들은 우선 츠베덴이 음악감독이나 수석지휘자로 재직할 때 오케스트라가 음악적인 면이나 상업적인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츠베덴이 단원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관해 우려가 나온다는 점을 비공식적으로는 파악하고 있었으나, 츠베덴의 언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민원이 제기되거나 보고서가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직장내 윤리 전문가인 대학교수 2명에게 익명 처리된 진술서 20장을 읽도록 한 결과 두 교수 모두 츠베덴의 언행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츠베덴은 이 프로그램 제작진에 "나로서는 대부분 익명처리되어 있는 진술서들의 정확성 여부는 판단할 수가 없으나,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에 충격을 받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현실로 보면, 지휘자로서 나는 이렇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계속 말해주는 입장이다. 때때로 나는 강한 어조를 사용하며, 그런 일이 120명의 다른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다면 항상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내가 까다롭게 굴 때가 있다는 점은 나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츠베덴은 "하지만 그런 점이 사람들이 억압당한다고 느끼거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정도에 이르는 근로 여건에 대한 변명은 결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보고들이 내게는 들어온다. 왜냐하면 지휘자는 그가 맡은 오케스트라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완벽한 하모니가 있을 수 있다. 나는 비판 받을 각오가 항상 돼 있다. 만약 내가 일하는 방식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알고 싶다"며 자신의 방식을 수정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을 인정받은 얍 판 츠베덴은 지휘를 시작하고부터는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오케스트라 빌더'로서 전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음악가다.

그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 재학 중이던 1979년에 19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역대 최연소 악장(제1 콘서트마스터)으로 임명돼 1995년까지 재직했다.
츠베덴은 지휘를 시작한 후 모국에서는 네덜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헤이그 레지덴티 오케스트라,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안트베르펀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에서 수석지휘자를 맡았다.
이어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미국 뉴욕 필하모닉 등에서도 음악감독을 지냈다.
그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2022년에 내정돼 2024년 초부터 5년 임기를 시작했으며, 2026년에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도 취임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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