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원화 스테이블 코인’ 공약…전문가들 “실효성은 글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까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공약하면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올해 안으로 제도화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가 아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오히려 지급 결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 코인 기준 등을 포함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를 올해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안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정의와 사업자 기준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담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스테이블 코인을 국내 사업자가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생기는 것”이라며 “스테이블 코인 사업자를 금융당국이 인가하는 방식으로 갈지, 아니면 기준만 제시할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암호화폐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28일 기준 전 세계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은 2497억 달러(약 342조원)로 이중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2453억 달러) 비중이 약 98%에 달한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는 이유는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금융 인프라가 취약하고 화폐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서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자산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기축 통화가 아닌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법정 통화처럼 쓰이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것인데,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국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할 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쓸 수 있겠지만, 그 외 분야에서는 활용성이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스테이블 코인의 주요 사용처 중 하나로 꼽히는 분야가 ‘국경 간 거래’라는 점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현재 국가 간 거래에서 은행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송금 과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수수료 비용도 비싸진다. 하지만 자국 통화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꿔 해외로 전송한 뒤, 이를 다시 현지 통화로 바꾸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스테이블 코인의 담보 자산이 세계적으로 통용돼야 가능한데, 원화는 제한적이다.
한국은 간편결제나 인터넷 송금 등 지급결제 수단이 이미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을 물건 결제에 이용할 유인도 떨어진다. 실제 달러 스테이블 코인도 물가 상승률이 극단적으로 높아 자국 통화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 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다. 김혜정 예금보험공사 디지털금융팀장은 “스테이블 코인을 소매 지급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수용도가 높아져야 하고, 새로운 지급수단 도입에 기업들이 투자할 만한 충분한 인센티브가 필수적인데 여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에 비해 예상되는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스테이블 코인은 사실상 민간 사업자에게 통화 발행권을 주는 셈이라 통화당국의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예상치 못한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금융 충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스테이블 코인은 통화정책·금융안정·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발행자 진입 규제와 관련해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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