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대학과 전쟁' 나비효과 …韓서도 유학 인터뷰 접수 중단된 듯
미국 국무부가 미국에서 유학하려는 학생들의 소셜미디어(SNS) 심사 강화를 위해 비자 인터뷰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미 언론 보도 직후 주한 미국 대사관이 28일부터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사실상 중단했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다. 9월 미국의 새 학기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사관은 "비자 관련 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유학업계에 따르면 주한 미국 대사관의 비자 신청 시스템을 통해 비자 인터뷰를 예약하려는 유학생들에게 선택 가능한 날짜가 표시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인터뷰 날짜 예약이 전혀 안 된다"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본지에 설명했다.
전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비자를 신청하는 학생들의) SNS 심사·검증 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영사 부서는 추가 지침이 담긴 별도 전문이 발표될 때까지 학생과 교환 방문자 비자 인터뷰 일정 추가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전문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전문에는 인터뷰가 일시 중단되는 비자의 종류로 F(학생), M(직업 훈련), J(교환 방문) 비자가 명시됐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F 비자는 대학 진학이나 어학연수를 위한 유학생용 비자이며, M 비자는 직업교육 등을 받으려는 사람에게 발급된다. J 비자는 교육·예술·과학 분야의 국제 교류를 위한 비자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을 상대로 SNS 검증 필요성을 제기한 배경에는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대학가에서 확산하는 반(反) 유대주의 정서에 대한 압박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으로 하버드대를 겨냥해 학사 제도 개편을 요구하거나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만약 미 국무부가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SNS 심사를 본격화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SNS 게시물을 올린 국내 유학 준비생들에게도 불이익이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유학 관련 국내 온라인 웹사이트에는 "미국을 비판하는 건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안 좋은 글을 올렸다면 지금이라도 내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등 반응이 잇따랐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으니 공식 발표를 지켜보자"는 반응도 있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태미 브루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모든 주권국가는 (그 나라에) 누가 오려고 하는지, 왜 오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주한 미국 대사관 차원에서 신규 비자 인터뷰를 중단한다는 공지는 없었다.
대사관 측은 이날 오후 "학생 비자와 교환 방문 비자(F, M, J) 인터뷰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비자 신청자들은 'ustraveldocs.com'을 통해서 신청서를 계속 제출할 수 있으며, 모든 신청자가 이 웹사이트를 참고해 가장 빠른 인터뷰 가능 일정을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이날 기준으로 신규로 인터뷰 일자를 잡은 신청자가 있는지 여부는 명확히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인터뷰 일정을 계속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라(monitor)"는 설명만 반복한 건 비공식적으로는 신규 인터뷰 승인 절차가 중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직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뿐 미 국무부 차원의 공식 발표가 없는 만큼 원론적인 수준에서 안내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대사관은 또 SNS 정보를 요구하는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새롭게 도입된 정책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사관은 "2019년부터 국무부는 비자 신청자들에게 이민·비이민 비자 신청서에 소셜 미디어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해 왔다"며 "비자 심사 및 심사 과정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하고 모든 비자 신청자는 비자 종류와 거주지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심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행정부와 무관하게 최근 미국의 비자 심사는 점점 엄격해지는 기류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심사 요건과 관련해 미국 국내적 우려가 커진 건 2001년 9·11 테러 주범들이 학생 비자로 미국에 체류한 사실이 밝혀진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북한, 이란, 이라크 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경험이 있는 경우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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