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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수술만 다섯 번, 그래도 골프가 즐겁다



골프의 메이저리그, PGA 투어를 가다

신지애
지난 겨울 프로골퍼 신지애(37)는 1988년생 동갑내기 이일희와 호주 멜버른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여장을 푼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일희는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일희는 “정말 힘들었다. 지애 몰래 (귀국하는) 비행기 표를 끊을까도 생각했다”고 했다. 잠까지 줄여가며 연습에만 매달리는 신지애의 훈련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개막(한국시간 30일)을 앞두고 연습라운드에 한창인 두 선수를 28일 대회 장소인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주니어 선수 시절이던 중학생 때 한 달 간 합숙하며 훈련한 인연으로 가장 친한 친구다.

대화 도중 지난 겨울 전지훈련 이야기를 꺼낸 이일희는 “지애가 도통 잠을 자지 않았다. 나는 7~8시간은 자야 하는데, 지애는 매일 4시간 정도만 자고 훈련했다”면서 “생활 리듬을 거기에 맞추려니 죽을 맛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일희도 결코 만만한 선수가 아니다. 학생 시절 흔들리는 만원 버스 손잡이를 잡고서도 스윙의 팔꿈치 각도를 연구하던 선수였다. LPGA 투어 무대에 진출했다가 어깨 부상으로 오래 쉬었지만, 그 와중에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재활해 US여자오픈에 나타난 독종이다.

30일 개막하는 US오픈을 앞두고 연습 라운드를 함께 한 신지애(위 사진)와 이일희. 둘은 지난 겨울 멜버른 전지훈련을 함께 다녀 온 절친이다. 성호준 기자, [AP=연합뉴스]
신지애는 “대회 때는 7시간 정도 자려고 노력하지만, 훈련 때는 골프에 푹 빠지는 스타일”이라면서 “사실 자는 것 보다 연습이 재미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요즘 골프 선수들이 많이들 앓는다는 ‘번아웃 증후군(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로 인해 일에서 느끼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 같은 걸 신지애는 전혀 모른다. 그런 것마저도 다 태워 버릴 기세다. 이일희는 “지애는 피곤하면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운동을 더 한다”면서 “이제는 뭔가 터미네이터가 된 것 같다. 실제로도 매번 자기의 한계를 깨며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신지애는 “운동을 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는 ‘온·오프(on·off)’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온’ 상태”라면서 “훈련할 때 미련 없이, 확실히 해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사람들은 정반대로 ‘잘 쉬어야 한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는 골프가 좋은 게 아니라 ‘잘 치는 골프’가 좋다.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골프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잠까지 줄여가며 운동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을까.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 챔피언십 현장에선 그린에서 쪼그려 앉아 라인을 보는 선수가 별로 없었다. 다들 무릎이 좋지 않아서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너무 과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지애의 몸 상태는 어떨까. 그는 “팔꿈치 수술을 다섯 번 했다. 왼쪽 두 번, 그리고 오른쪽 세 번”이라 언급한 뒤 “아프면 빨리빨리 고치고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해 커버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안 다치는 기술도 필요하다. 골프를 하면서 허리를 많이 숙이는데, 그 자세가 좋아야 한다. 또 기다리면서 서 있는 자세도 중요하다. 내 무릎과 발목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신지애는 “연습한 만큼만 성적이 나오면 좋겠다”는 말로 우승에 대한 열망을 에둘러 표현했다. ‘누구보다 많이 훈련하니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가 읽혔다. US여자오픈이 열릴 에린 힐스는 ‘장타자의 파라다이스’라 불리지만, 신지애에게도 가능성은 있다. 신지애는 지난 2년간 메이저 대회에서 3위 이내에 세 차례 이름을 올리며 큰 대회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 2023년 US여자오픈 공동 2위, 브리티시 여자오픈 공동 3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공동 2위에 오른 바 있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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