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띄운 ‘공짜야근’ 논란…최근 2년 위반신고 93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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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포괄임금제 문제
“평일 연장근무 수당 미지급. 일 많은 친구는 새벽까지 하는 경우 허다함.”
고용노동부의 포괄임금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포괄임금 남용’ 사례다. 두 사업장 모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사례에선 1억원 규모의 연장근로수당이 체불됐다. 두 번째 사례에선 총 77명에게 연장근로 위반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체불 임금은 약 8800만원에 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포괄임금 법적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공짜 야근’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6년 밤샘 근무 중이던 게임 개발자의 사망을 계기로 포괄임금제의 문제점이 공론화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 했다. 제도적 공백이 여전한 가운데 현장에선 여전히 포괄임금제가 악용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8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23년 2월부터 운영 중인 익명 신고센터에 접수된 포괄임금과 고정초과근로수당(OT) 남용 의심 신고 건수는 2023년 695건, 2024년에는 241건에 달했다. 이 중 절반 가까운 2023년 388건, 2024년 89건이 실제 남용 의심 사례로 분류돼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근로감독 결과 2023년 약 9321명 근로자에 대한 위반과 총 57억원의 임금체불, 2024년 2884명에 대한 위반과 11억원 규모의 임금체불이 적발됐다. 박 의원실 측은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포괄임금 남용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대한민국 노동을 병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이라고 밝혔다. 포괄임금제는 법에 명시된 제도는 아니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임금 지급 방식이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초과근로수당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현실에선 이를 악용해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포괄임금제 폐해가 가장 심각한 업종은 게임업계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중소기업이나 넥슨 자회사 ‘민트로켓’에선 변형된 형태로 포괄임금제가 여전히 운영돼 노동자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게임업계 종사자의 69.9%가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았고, 50인 미만 중소 게임사의 적용률은 90%를 넘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처럼 ‘포괄임금제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은 이미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다. 대표적으로 박홍배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실상 포괄임금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포괄임금제 개선이 필요하지만 전면 폐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혁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을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관리하면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불필요한 근태관리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포괄임금제는 법적 근거가 없어 오·남용에 취약한 구조인 만큼 제도의 유효 요건과 적용 대상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다 엄격한 근로시간 기록 의무를 부여하되, 불가능한 사업장에 한해 아주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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