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의 기쁨과 희망] 레오 14세 교황이 2027년 한국에 온다

빠른 선출, 평화의 첫 일성으로
세상 분열에 일치의 화두 선포
‘함께 살기’ 실천한 선교사 교황
세계청년대회 맞춰 한국 방문
세상 분열에 일치의 화두 선포
‘함께 살기’ 실천한 선교사 교황
세계청년대회 맞춰 한국 방문
![지난달 8일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된 새 교황 레오 14세. [AP=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29/1ea86082-c71c-471f-8ad5-7ead7050c8bc.jpg)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다. 미국 출신 교황의 가장 큰 장점은 교황이 영어로 말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는 이탈리아로 말하지만 교황의 영어 사용은 기존 교황들과 너무나 큰 차이점이다. 이탈리아어나 라틴계열 언어를 주로 사용하던 전임 교황들의 말을 많은 이들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자신이 교황직에서 물러난다는 사임 발표를 고전어인 라틴어로 말했다. 물론 교황의 말은 각국의 언어로 정교하게 번역되지만 번역된 글을 받기까지 여러 날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인사부터 시작하여 종종 영어로 대중들에게 말한다. 알아듣기가 한결 편해졌다. 레오 14세 교황의 영어 사용만으로도 교회의 문턱이 한결 낮아진 느낌이다.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 출신이라고 하지만 사실 미국을 떠나 사신 세월이 더 많다. 레오 14세 교황은 ‘선교사’이다. 교황은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남미의 페루에서 20여 년 동안 선교하였다. 선교(宣敎)라고 하지만 개종이 아니라 현장의 이웃들과 ‘함께 살기’가 목적인 선교(善交)이다.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거나 성당 나오면 밥도 먹을 수 있다는 말이나 하려고 고향을 버리고 이역만리 타국으로 간 게 아니다. 교회가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교사가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가는 이유는 사랑이 가장 필요한 곳에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페루 안데스산맥 산골에 있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다. 대도시가 아닌 시골의 가난한 동네에서 사목했다. 폭우로 홍수가 나면 같이 비를 맞고 가뭄이 들어 물이 마르면 이웃들과 함께 목말라했다. 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는 선교하는 교회, 야전 병원 같은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더니, 교회는 아예 선교사를 교황으로 맞이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자신의 일을 시작하는 즉위 미사에서 “지금은 사랑할 때”라고 했다.
사실 선교를 위해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은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위험한 일이 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인도와 파키스탄 등 전쟁은 줄어들지 않고 늘어만 가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보이듯 이제 ‘위아더 월드’ ‘세계는 하나다’가 아니라, 각자도생 ‘너 죽고 나 살자’가 세계의 질서가 되었다. 여기에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혐오, 약자에 대한 차별이 커지고 있다. 참된 평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교황 레오 14세 교황이 한국에 온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한국, 서울에 온다. 유럽도 아닌 제3세계 아시아, 그것도 분단국가 한국에 온다. 남한과 북한,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지방, 여성과 남성, 여당과 야당 등 갈라질 대로 갈라진 이곳 한국을 찾아온다. 침묵·희생·자비를 말하면 조롱받고, 아이들은 의대 입시, 어른들은 아파트가 인생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이곳에 레오 14세 교황이 온다. 세상을 향해 당당히 걸어갈 선교사 교황, 레오 14세 교황이 한국에 보여줄 사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조승현 가톨릭평화방송 신문(cpbc)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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