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 MAGA 정책은 위기이자 기회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한 국가로 만들자(MAGA)’는 슬로건을 내세워 재선에 성공했고, 대미 무역 흑자국들에 관세 융단 폭탄을 던졌다.
관세 폭탄, 적자·부채 탈출 노려
한·미 보완적 산업생태계 활용
AI 기술 및 에너지 협력 모색을
한·미 보완적 산업생태계 활용
AI 기술 및 에너지 협력 모색을

지난 1일 노동절에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성토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트럼프는 취임 100일 만에 역대 대통령 중에서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얼마나 미국과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트럼프의 무역 관세 융단 폭탄 발표 이후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세계 각국은 트럼프의 일방적인 관세정책에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국가전략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매킨 리처드 교수는 “한국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발생하는 공포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이며 한국 같은 국가가 멈추면 세계가 멈춘다”고 말했다.
리처드 교수는 미국이 자율주행차 대량제조에 필요한 한국산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산 반도체에 관세를 높게 물리면 미국에서 제조하는 자동차 부품 가격이 높아지고, 미국산 자동차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많은 미국 자동차 부품제조 공장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많은 자동차 제조 숙련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 한국은 트럼프의 MAGA 정책이 초래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미국이 경제 위기에 대비해 만든 부양책의 본질을 이해하고, 한·미가 서로 유익한 관세협정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다행히 한·미는 제조업 등에서 상호보완적 산업생태계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산업 선진국으로서 각종 가전제품에 이미 폭넓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왔다. 상호보완적 산업생태계를 활용해 미국과 손잡고 AI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 설립한 GE기술연구센터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한·미 AI 기술 개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해야 한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첫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발표한 연두교서를 다시 보자. 그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한국은 일본과 함께 중요한 투자국이 된다고 명시했다. 한·미 협력이 성사되면 한국산 철강은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LNG 운송 선박을 제조하는 데 사용될 수 있고, 한국은 알래스카산 LNG를 직접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면 한국이 구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산업 클러스터인 경기도 용인·평택에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한국의 대미 수출 흑자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단의 프루도 베이에 매장된 약 34조ft3(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1300㎞ 남단의 니키스키 항구까지 파이프라인으로 보낸 뒤 다시 액화된 LNG를 한국·일본·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연안국에 운송하는 초대규모 사업이다. 이 사업의 위험요소는 막대한 사업비, 지구 환경보호와 관련한 국제소송 등이 거론된다. 따라서 미국은 이런 투자 위험을 제거해줄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 LNG 건설 사업은 한국이 10여년간 약 100억 달러를 투입해 평택 미군기지를 건설한 사업에 비견할 수 있다. 한국이 LNG에 진출하면 미국 영토에 ‘한국의 에너지 기지’를 건설하는 셈이 된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사업의 손익분석을 철저히 해봐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일본과 공동으로 미국을 상대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 이런 카드를 잘 활용해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트럼프의 MAGA 정책이 몰고 온 위기는 한국의 국익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현두 전 KDI 국가발전지도자프로그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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