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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의 시시각각] 눈 감고 귀 막은 자들의 결투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이 그저께 “괴물 독재국가 출현을 막아야 한다”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나는 그의 행동의 정치적 파급력보다 ‘독재국가’란 표현에 주목한다. 오랫동안 사라졌던 독재라는 금기어가 우리 정치의 전면에 재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反)독재’가 일상어가 된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물론 1차적 책임은 국민의힘 쪽에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군경을 동원해 민주 헌정 질서를 유린했다. 40여 년 전 군사독재정권의 모습이었다. 직접 목격한 독재 시도에 몸서리치는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다.

‘피크 코리아’ 위기 현실화 국면
6·3 대선 화두는 민주주의 회복
거대 정당들 행태는 민심과 멀어

반면에 행정·입법·사법 3권을 장악한 절대권력의 등장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은 김문수 후보로 기울 것이다. 제3의 선택지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다. “빨간 윤석열이 지나간 자리를 파란 윤석열로 채울 수는 없다”(27일 TV토론회)는 그의 말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게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쯤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이번 대선의 화두가 민주주의 복원과 수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대한민국은 지금 ‘피크 코리아(Peak Korea)’ 상황에 몰려 있다. 멈춰버린 성장(4개 분기 연속 0.1% 이하 성장)이 많은 걸 말해 준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고령화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최대 외부 변수인 중국과 미국이 확 달라졌다. 중국은 10년간 ‘제조업 굴기’에 매달렸고, 그 결과 한국 추월은 물론 전기차·인공지능(AI)·로봇 등에서 세계 최강으로 일어섰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관세 폭탄으로 시장 문을 닫아걸고 있다. 우리 경제의 발전 토대가 동반 소실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지만, 우리는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권 10년을 성장다운 성장을 하지 못한 채 허송했다. 시대를 앞서가지 못하면 시대에 잡아먹히는 것이 역사의 철칙인데, 지금 한국이 꼭 그런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가 생존 전략이 대선 화두가 되지 않는 건 민주주의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굴곡이 많다지만, 만개한 줄 알았던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위기에 처할 줄 누가 알았으랴. 문제는 거대 양당이 그 화두에도 충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계엄세력, 극우세력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지난해 12월 3일 밤의 공포가 아직도 또렷한데 말이다. 그러니 “윤석열이 상왕이 돼서 김문수를 통해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이재명 후보의 말이 표심을 파고드는 거다.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기도는 또 어떤가. ‘김어준 대법관법’이라고 공격받는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법과 대법관 100명 확대법을 철회하기로 했다지만, 대법관 30명 확대법은 남겼다. 이재명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했다. 민심이 안 좋으니 물러서는 것일 뿐 언젠가는 하겠다는 거다. 공약집에도 대법관 증원을 못박았다. 게다가 이 후보 본인이 ‘깨끗한 법정’ 메시지를 냈다.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과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왜곡죄’ 신설은 그대로 상임위에 남아 있다. 이러니 일부 법안 철회가 그냥 ‘위장 후퇴’로 여겨지는 거다. 계엄이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듯이 정치권력의 사법부 장악으로 삼권분립이 형해화된 체제에서도 자유와 인권은 숨 쉬지 못한다. 21세기형 독재국가인 베네수엘라가 그런 사례다.

선거의 승패에 대단한 비밀이 있는 게 아니다. 눈 감고 귀 막아 민심을 외면하는 쪽이 항상 졌다. 파면된 윤 전 대통령도, 정권 창출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도 결국 민심과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 민심이 지금 민주주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민심은 진짜 민주주의를 하려는 쪽에, 그 민주주의 위에 번영의 역사를 쓰겠다는 비전을 가진 쪽에 표를 줄 것이다. 그것이 6·3 대선이다.





이상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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