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의 여성 혐오성 저질 발언,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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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후보 가족 검증 내세워 저속한 표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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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품위 상실…‘젊은 정치’ 기대 저버려
이 후보는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이 아니라 전 국민이 주목하는 대선후보다. 자기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는 것도 좋지만, 특정 성별이나 계층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선후보로서 자격이 없다. 아무리 남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도 시정잡배나 쓸 법한 저속한 표현을 대선 토론에서 꺼내는 건 자제했어야 한다. 이 후보의 주장대로 상대 후보 가족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다면 다른 방식이나 표현으로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소한의 품위마저 잃은 발언으로 상대를 공격한다면 이 후보가 그동안 비판해 온 구태 정치인과 다를 게 뭔가. 이제라도 이 후보는 잘못을 인정하고 유권자에게 깊이 사과하길 바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지지율 10% 안팎으로 3위에 올랐다. 국회 의석수가 세 석뿐인 소수 정당으로선 상당한 약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40세의 비교적 젊은 정치인인 이 후보에게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물론 나이만 젊다고 저절로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신선하면서도 현실성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제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새로운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후보는 미래 비전 제시가 아니라 네거티브 공세에만 매달렸던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이번 대선 토론의 전반적인 수준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 대결이나 공약 검증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인신공격성 발언과 네거티브 공세가 판쳤다. 기계적 균형에 초점을 맞춘 토론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상대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을 서슴지 않았던 후보들의 태도는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토론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개선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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