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성지' 피에트라산타에 한국조각가 이름 건 미술관 개관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 31일 개관…건축 거장 마리오 보타가 설계 유럽서 인정받는 한국 조각가 박은선…32년 노력으로 쌓은 위상 확인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 31일 개관…건축 거장 마리오 보타가 설계
유럽서 인정받는 한국 조각가 박은선…32년 노력으로 쌓은 위상 확인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각의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에서 32년간 활동해온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60)이 이곳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연다.
오는 31일(현지시간) 개관하는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은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동양인 조각가 가운데 한 명인 그의 예술 세계를 집대성한 공간이다.
한국 조각의 위상을 몇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가 이번 미술관 개관으로 또 한 번 전례 없는 족적을 남기게 됐다.
미술관 설계는 리움미술관, 강남 교보타워,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등 한국의 여러 랜드마크를 디자인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맡았다.
박 작가는 개관을 사흘 앞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관 다음 날부터 한 달 동안은 시민에게 개방하고, 이후에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재단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32년간 피에트라산타에서 작업하며 꿈꿔왔던 일이 마침내 실현됐다"며 "미술관에 이어 재단까지 완성되면 앞으로는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우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유명 관광지 '피사의 사탑'에서 북쪽으로 약 40㎞가량 떨어진 해안 도시 피에트라산타는 인구 2만5천명의 소도시다. 질 좋은 대리석 주산지로 르네상스 시대 거장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헨리 무어,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등 세계적 작가가 작업해 '조각의 성지'로 불린다.
경희대와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예술아카데미를 졸업한 박 작가는 과거 위대한 예술가들이 사용했던 그 대리석으로 작업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1993년 아무 연고도 없는 피에트라산타에 정착했다.
이탈리아어는 한 마디도 못했고, 생계유지도 어려웠다. IMF 시기에는 너무 어려워 가족을 한국으로 보내고 혼자 이탈리아에 남았다. 하지만 유럽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힘든 시기를 견뎌냈다.
그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현실적인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며 앞으로 전진했다. 마라톤처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 끝에 이제는 '조각의 성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박 작가는 지난 32년간 추상적 동양미가 깃든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18년에는 피에트라산타시가 매년 최고의 조각가에게 주는 권위 있는 '프라텔리 로셀리'상을 받았다. 한국 작가로는 최초, 아시아 전체로는 2명의 일본 조각가에 이어 세 번째였다. 또한 2021년에는 피에트라산타시로부터 명예시민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스위스·룩셈부르크·미국 등 여러 국가의 공공장소에 그의 작품 20여점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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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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