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제동 걸었다…"대통령 권한 넘은 위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권한을 넘어 위법하게 이뤄졌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2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 발표한 상호관세의 발효를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재판부는 "미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권한으로도 뒤엎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의가 제기된 해당 관세 명령은 취소되고 그 시행은 영구적으로 금지된다"고 판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징수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10일 안으로 내도록 했다. 연방국제통상법원은 관세 및 통상분쟁과 관련해 미국에서 전국적인 관할권을 갖는다. NYT는 "이번 판결은 상호관세를 통해 무역 관계를 재편하려는 트럼프 2기 초반에 상당한 좌절을 안겨줬다"고 평했다.

재판부는 "관건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전 세계 국가의 상품에 무제한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줬는지 여부"라면서 "IEEPA는 대통령에게 이런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의 관세 명령이 IEEPA가 요구하는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무역적자나 마약 문제 등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긴급사태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IEEPA에 의거해 전세계 국가에 부과된 10% 기본관세,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부과된 추가 상호관세 등은 무효가 된다. 다만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적용된 무역법 232조, 무역법 301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는 이번 판결의 영향이 없다.
1977년 발효된 IEEPA는 국가 안보·외교 및 경제와 관련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의회 승인 없이도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준다.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대통령이 수출입 통제,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다.
앞서 미국 소재 5개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결정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를 거치지 않고 위법하게 관세 정책을 펼쳤다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기업들은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권한 없이 관세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IEEPA를 관세 부과 근거로 활용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며 부과 직후부터 적법성 논란이 지속해왔다. 원고를 대리한 비영리단체 리버티 저스티스센터도 미 헌법이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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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품목별 관세 우려 남아
판결이 나온 지 몇 분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성명에서 "국가 비상사태에 어떻게 적절하게 대처할지 결정하는 건 임명직 판사들의 몫이 아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2심 재판은 특별법원인 연방항소법원에서 이뤄지며 항소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져도 양쪽 모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결국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판결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에 대한 연방 법원의 첫 판단이다. 앞으로 상호 관세와 관련된 법원 판단이 연달아 나올 수 있다. AP통신은 "상호 관세에 대해 지금까지 소송이 최소 7건 제기됐다"고 했다.
일단 뉴욕주를 포함해 총 12주(州)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같은 법원에 제기했다. 소송 원고에는 네바다, 버몬트 등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인 주도 포함됐다. 12개 주가 제기한 소송을 지지하는 하원의원 148명의 의견서 초안 작성을 도왔던 피터 해럴 전 백악관 국제경제 선임보좌관은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는 비상 권한을 행사하면서 큰 도박을 했는데, 그 도박은 실패했다"고 전했다.
12개 주 소송에 앞서 캘리포니아주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중단해달라며 단독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WP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들도 상호관세를 중단해달라며 줄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등 미국의 주요 무역파트너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벌이고 있는 관세 협상도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품목별 관세에 대한 우려가 남았다는 점이다. 외교 소식통은 본지에 "한국에 적용예정이던 상호관세 25%는 무효로 볼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법원이 품목별 관세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자동차·반도체 관세는 트럼프의 의도에 따라 결정될 수 있기에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유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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