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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아버지,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별세…87세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됐던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가 별세했다. 87세.

응구기의 딸 완지쿠 와 응구기는 2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저희 아버지가 오늘 아침 돌아가셨다. 충만한 삶을 사셨고, 훌륭한 투쟁을 하셨다"고 썼다.
응구기 와 티옹오. [AP=연합뉴스]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대부로 꼽히는 응구기는 1938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40㎞ 정도 떨어진 카미리수에서 태어났다. 당시 케냐는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응구기는 런던 대학교의 분교였던 마케레레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국 유학 중이던 1964년에 첫 영어 소설 『울지 마라, 아이야』를 발표했다. 케냐의 독립 투쟁을 다룬 이 소설로 그는 영미 출판계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1967년 응구기는 『한 톨의 밀알』을 출간하고, 나이로비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아프리카를 전 세계에 알렸고, 소설 『피의 꽃잎들』 『까마귀의 마법사』 등의 작품에서 지배층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1977년에는 '결혼은 하고 싶을 때 할게요'라는 희곡에서 케냐 지배층의 탐욕과 부패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가 국제사회의 거듭된 석방 요구에 1년 만에 풀려났다.

감옥에서 응구기는 케냐인들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는 식민지 엘리트 언어에서 벗어나 케냐의 토착어인 기쿠유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석방 후 영어 집필을 중단하고 기쿠유어로 활동을 이어갔다. 그가 기쿠유어로 처음 집필한 장편 『십자가 위의 악마』는 기쿠유어로 쓰인 최초의 현대 소설이었으며, 이후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전환점을 이룬 역사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때부터 그는 ‘제임스 응구기’라는 영어 이름 대신 ‘응구기 와 티옹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본인 이름’ 뒤에 ‘와(wa)’, 그 뒤에 ‘아버지 이름’을 붙이는 케냐 전통 키쿠유식 이름 표기를 따른 것이다.

응구기 와 티옹오. [연합뉴스]
응구기는 한국 문단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한국 시인 김지하(1941~2022)의 영향을 받았다고 수차례 밝혔다. 1976년 일본에서 우연히 김지하의 책 ‘민중의 외침’ 영어판을 접하고 김지하의 시에 매료됐다고 한다.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응구기는 연세대 강연에서 『십자가 위의 악마』 줄거리가 김지하의 풍자시 ‘오적’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밝혔다.

응구기는 2016년 박경리 문학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 후보에 올랐고 2009년에는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케냐인 아버지를 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응구기의 작품에 대해 “역사의 변혁이 개인의 삶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강렬한 이야기”라고 찬사를 보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응구기의 사망 소식에 대해 국제앰네스티는 엑스에 “자유의 집필 활동에 뫌리무(선생님)께 감사드린다”며 “이미 케냐 역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신 만큼, 육신에서 벗어나 이제 영생을 얻으셨다”고 썼다.



홍지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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