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모두가 이길 수 없다면, 아무도 이길 수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난 미국 대선은 역사상 가장 양극화된 선거였다. 마치 온 나라가 ‘증오 쾌락’이라고 부를 만한 감정에 사로잡힌 듯, 서로 다른 진영을 물어뜯는 데서 묘한 안도감을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지난 27일 3차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후보자들이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5/30/6665160c-4b5b-4349-ad41-1fe27e0122c7.jpg)
나흘 뒤 대선을 치르는 내 나라의 훗날도 이와 유사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거듭 말해두지만, 이것은 불쾌한 안쓰러움이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선 TV토론에 나선 어떤 후보도 ‘국민 통합’의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진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누가 승리하더라도 ‘트럼프의 미국’이 처해있는 현실과 비슷한 증오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불현듯 계엄으로 내몰렸다가 불쑥 대선 투표용지를 받아들게 된 국민들이 가여울 따름이다.
‘증오’를 기반으로 국정을 이끄는 트럼프는 근래 또 한 명의 적을 찾아냈다.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콘서트에서 자신을 비판했단 이유로 “무례한 얼간이”라며 이른바 ‘좌표’를 찍었고, 강성 지지층의 공세가 잇따랐다. 트럼프보다 세 살 아래인 스프링스틴은 오랜 세월 미국 정치권에 쓴소리해온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요즘 그가 콘서트를 마무리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모두가 이길 수 없다면, 아무도 이길 수 없다.”
아마도 트럼프를 겨냥했을 미국 록스타의 저 간곡한 한 마디를 내 나라의 대선 후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자칫 양극화된 증오가 국정 운영의 기반으로 굳어진다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나흘 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 통합’의 가치를 맨 앞에 두기 바란다. ‘대통령 당선’이라는 승리의 열매는 특정 진영의 몫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 모두가 이길 수 없다면, 결국 아무도 이길 수 없다.
정강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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