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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트럼프의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대비해야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 CSIS 키신저 석좌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국방부가 중국 관련 우발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주한미군 4500명을 감축해 인·태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주한미군 감축 검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냉전 전략가 조지 케넌은 북한의 남침이 저지되자 한반도에서 미군을 조용히 철수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조언을 듣지 않았다. 1969년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괌에서 “아시아 동맹국들이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닉슨은 결국 한국이 아닌 동남아시아 주둔 미군을 철수했지만, 한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 보도
트루먼·카터·부시 정부서도 거론
트럼프의 대규모 감축 배제 못해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6년 베트남전쟁에 지쳐 있던 유권자들을 향해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했다.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의 권유에도 카터는 꿈쩍하지 않았지만, 주한미군 철수가 일본 방위에 큰 위협이라고 일본 정부가 경고하고 비무장지대 북쪽 인근에 새롭게 배치된 북한군을 발견하자 포기했다.

아들 부시 정부에서도 주한미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 자체에 회의적이었고, 한반도 관련 부담을 줄여 중국 위협에 집중하려 했다.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부를 건너뛴 채 전시작전권 이양을 추진해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 했다.

2019년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언젠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다고 발언해 발칵 뒤집혔다. 사실 하노이 정상회담 훨씬 이전부터 트럼프는 참모들과 공화당 친트럼프 의원들에게 이를 언급했다. 트럼프 참모들은 조용히 의회와 공조해 국방수권법에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는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 철수에 국방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는 내용을 넣었다. 트럼프는 결국 포기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나 의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하거나 제안했던 사례는 최소 여섯 번이 있었다. 언뜻 보기엔 이번에도 전례와 같은 결론에 이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번에는 주한미군 규모의 대대적인 축소가 있을 수도 있다.

먼저 최근 들어 미·중의 군사력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에 대한 어떤 언급이 없다. 그러나 국방부의 정책 우선순위를 깊이 들여다보면 대만이나 제1열도선에 대한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만해협 방어 위험이 커지면 커질 수록 아시아 역내 미군 주둔에 대한 미국의 모호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트럼프 2기 정부 국가안보실 참모들의 면면을 보면 1기보다 많이 유약한 인물로 구성돼 있다. 만약 고위급 관료가 주한미군 주둔 지속을 주장해도 감축이나 철수 결정이 내려진다면 내부 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셋째, 헤그세스 장관과 콜비 차관 및 다른 임명직 인사들의 그간 행보를 보면 동맹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잠재적 주한미군 변화 관리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 진보 진영의 주한미군에 대한 오랜 양가적 입장으로 미뤄볼 때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주한미군 감축에 너무 빨리 동의할까 우려된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북한이 한·미 동맹에 균열을 꾀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김문수 후보가 당선된다면 보수의 오랜 교과서적 원칙대로 그 어떠한 주한미군에 대한 변화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까 봐 걱정이다. 트럼프가 이를 무시한다면 한·미 동맹의 약화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는 주한미군의 소규모 조정, 인·태 지역 힘의 균형, 우주 및 사이버 등 새로운 영역에서 대한민국의 새 역할을 약속하는 등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동맹의 틀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과 공조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통해 양국 정부가 역내 안보 환경 구축을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고 한국은 6·3 대선에 이목이 쏠려 있지만, 양국의 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있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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