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시선] 새 정부는 주택공급에 명운 걸어야

통계부터 살펴보자. 지난 3월 서울시와 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가 발표한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이다. 올해와 내년의 5층 이상 아파트·연립주택 등 입주 예정 물량을 조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은 4만6710가구다. 사실 이것도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내년 서울 대단지 입주는 단 세 곳
입주 가뭄에 주택시장 불안 우려
임기 초부터 공급 대책 주력하길
입주 가뭄에 주택시장 불안 우려
임기 초부터 공급 대책 주력하길

그런데 내년에는 2만4462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와 비교해 거의 반 토막이 난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아파트만 계산하면 1만5000가구도 안 된다. 통계 수치엔 아파트가 아닌 청년안심주택이나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대단지 아파트로만 따지면 입주 가뭄은 더욱 심각해진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입주는 단 세 곳뿐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과 방배동(디에이치방배·3064가구), 은평구 대조동(힐스테이트메디알레·2451가구)이다. 세 곳을 모두 합쳐도 7606가구에 불과하다. 올해(11곳, 2만4375가구)와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 되게 쪼그라든다.
다음 달 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이런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선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돼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주택 공급 부족을 외면하다가 결국 집값 폭등이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공급 부족론의 미혹에 빠져 있었다”(『부동산은 끝났다』)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판단은 중대한 실책이었다. 나중에 결과를 보니 정작 미혹에 빠졌던 건 공급 부족론자가 아니라 김 전 실장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공약에는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3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250만 가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11만 가구)가 경쟁적으로 대규모 주택공급을 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윤 전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말로만 공급 확대를 외쳤을 뿐 실제로는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대선 공약집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원론적인 말을 넣긴 했다. 하지만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식의 세부 계획은 없다. 지역별 공약을 봐도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라는 짧은 언급 정도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세부적인 공급 목표를 내진 않았다. 다만 적극적인 규제 완화로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을 높여 도심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공약집에 담았다. 그러면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법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 공급 확대를 조건으로 재건축 사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공약으로 냈다.

현재로썬 새 정부 임기 안에 서울 주변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려면 3기 신도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업 진행 속도가 원래 계획보다 너무 늦어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역량을 집중해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용적률을 높여 공급 예정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지 취임 직후부터 주택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나중에 가서 “아파트는 빵이 아니다”라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중산층에게 돌아간다. 혹시라도 다음 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의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새 정부는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서두르길 바란다.
주정완([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