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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부실한 과학기술·교육 대선 공약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탄핵으로 인해 급히 치러지는 선거라 후보들의 공약이 전반적으로 정교하지 못한 면이 있다. 게다가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 등 당면한 정치 이슈가 워낙 관심의 초점이 되어서 국가의 장기적 미래를 결정하는 과학기술이나 교육에 관한 공약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제도를 바꾸는 것도 결국은 국민들이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기에 국가경쟁력과 국민 생활 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과 교육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특히 지금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세계 문명이 혁명적으로 바뀌는 시기이어서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의 교육도 현재 능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지도 못하면서 과도한 경쟁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을 주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함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대선후보들의 과학기술과 교육에 대한 공약을 보면 매우 부실하다.

눈길 가지 않는 과기·교육 공약들
‘세계 3대 AI 강국’ 외엔 찬밥 신세
그나마 실행 방안과 전략도 부실
이제라도 구체적 정책 마련해야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광장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운데)가 경기 안산시 안산문화광장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서울 성북구 안암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들은 대선 공약에서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앞세우고 있어 그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모두 중요 10대 공약으로 세계 3대 AI 강국으로의 발전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이 후보는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하고, 김 후보는 AI 청년인재 20만명 양성 등을 공약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100조원의 재원 조달 방안도 빈약하지만, 청년 AI 인재 양성 방안은 ‘AI 대학원 정원 확대’와 ‘연구비 지원’ 등으로 두리뭉실하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 학과의 정원도 채우기 급급하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이준석 후보는 이공계 출신 후보답게 ‘과학기술인 성과연금 지급’ 등 ‘국가과학영웅 우대제도’ 도입을 공약하였다. 신선하기는 하나, 과연 극심한 의대 쏠림 현상을 막고 인재들을 과학기술 분야로 끌어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누가 집권하든 하루빨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미·중 등 강대국 틈에서 국내 인재를 양성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교육에 관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은 더욱 부실하다. 심지어 3회에 걸친 대선 토론에서도 교육 문제는 한 번도 거론이 안 되었다. 아마도 과거에 많이 들고 나왔던 ‘사교육비 절감’ 등의 공약이 결국 성공하지 못하면서 교육 공약은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나마 언론의 관심을 끈 공약은 이재명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김문수 후보의 ‘서울대와 지방국립대의 공동학위제’ 추진일 것이다. 지방의 거점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지원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지방 재생의 거점 역할을 하게 만들겠다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좋은 대학이 많이 생기면 대입에서의 과도한 경쟁도 완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필요한 막대한 재원 마련 방안이다. 또 지방에 거점 국립대 말고도 경쟁력 있는 사립대학들도 있는데 왜 국립대만 지원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또한 재정 투입만으로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결국 대학의 총체적인 개혁이 요구되는데, BK 사업처럼 대학 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정교한 실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서울대학교
김문수 후보의 ‘대학 공동학위제’도 대입에 실패하면 N수 이외에는 만회할 길이 없는 현행 대입제도에서 학생들에게 ‘두 번째 기회 (second chance)’를 주어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막고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는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 효과가 얼마나 크며 서울대 구성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필자가 총장으로 재임 당시 특정 학과의 경쟁력을 가진 지방국립대와 공동학위제를 추진하고자 의견 수렴을 했었는데, 구성원들의 반대가 예상외로 심했다. 물론 필자의 지도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이처럼 현실적인 문제들을 극복할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립대학 공동학위제의 수혜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과도한 대입 경쟁을 완화하는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세상에는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중요한 일보다는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한다고 한다. 정치개혁 같은 이슈는 당면한 문제이지만, 국민 생활에 장기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줄 산업정책, 과학기술 정책, 교육 정책 등이 실질적으로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만일 우리나라가 1980년대에 민주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해서 중화학 공업 육성이나 IT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는 인프라 마련에 소홀했었다면 지금 우리 국민의 형편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정권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국가 운영을 해야 하기에 지금이라도 대선 공약들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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