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질병 아냐"…반크 '아프리카돼지열병' 변경 캠페인
"아프리카는 질병 아냐"…반크 '아프리카돼지열병' 변경 캠페인(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는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질병 이름 속에 포함된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로잡고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명칭 변경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반크는 최근 아프리카 대륙이 오랫동안 질병, 빈곤, 분쟁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알려진 현실을 바로잡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아프리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 캠페인의 취지는 아프리카를 질병의 상징처럼 여기는 언어적 표현에 내재한 무의식적인 차별을 성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병명이 특정 대륙을 질병과 연결해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1921년 케냐에서 처음 보고된 ASF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멧돼지로부터 전파돼 현재의 명칭이 붙었다.
그러나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퍼졌음에도 여전히 아프리카라는 대륙명이 병명에 남아 있어 특정 지역과 질병의 연관성을 고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SF는 감염 시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국내에서는 2019년 이후 43개 지역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됐다.
최근에는 경북 산불 여파로 멧돼지 서식지가 변화하면서 ASF의 전국 확산 우려도 커진 바 있다.
반크는 ASF 명칭을 기존의 'African Swine Fever'가 아니라 병리학적 특성을 반영한 중립적 용어인 '돼지출혈열' 또는 '돼지급성열성질환'으로 사용하거나 최소한 병기 형태인 'ASF형 돼지열병' 등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크는 "이러한 명명 관행은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 명명 가이드라인'에서 사람과 지역 등을 연상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2009년 멕시코에서 처음 유행한 인플루엔자가 '멕시칸 플루'에서 'H1N1'으로, 초기에 '우한 폐렴'으로 불린 코로나19가 'COVID-19'로 공식 명명돼 지역명 기반 병명 사용의 문제점을 바로잡은 사례도 들었다.
반크는 "ASF를 비롯해 에볼라바이러스, 크리미안콩고출혈열, 아프리카마역 등 여전히 지명과 결합한 병명이 사용되고 있다"며 "특정 지역과 인종을 질병과 연관 짓는 무의식적 편견과 낙인을 지속해서 재생산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ASF 병명 변경 캠페인'을 본격화하면서 포스터와 카드 뉴스, 인스타그램 콘텐츠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 인식 개선과 시민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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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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