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2차협상 놓고 우크라·러 기싸움 팽팽…美는 휴전압박
젤렌스키 "평화각서 비공개하는 러, 또 다른 기만 전술" 러 "대화냐 패배냐, 공은 우크라에"…미, 대러 제재 경고 '영·프·독 참여' 2일 이스탄불 협상 결과에 시선 집중
젤렌스키 "평화각서 비공개하는 러, 또 다른 기만 전술"
러 "대화냐 패배냐, 공은 우크라에"…미, 대러 제재 경고
'영·프·독 참여' 2일 이스탄불 협상 결과에 시선 집중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두 번째 종전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에 앞서 설전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중재국인 미국은 러시아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며 압박을 강화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기만전술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약속했고, 일주일 이상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각서'를 아직 누구도 보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것을 받지 못했고, 우리의 파트너들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첫 회담을 개최한 튀르키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음에도, 러시아가 또 다른 기만책을 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벌인 신경전의 연장선에 있다.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내달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차 협상을 열자고 제안하면서, 여기서 평화 협정의 윤곽이 담긴 각서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안드레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즉각적인 각서 사본 공개를 요구하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9일 "건설적이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가 진정성 있게 협상에 응하기보다는 그저 시간을 끌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속이고 있다는 취지로 재반박에 나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껍데기뿐인 회담을 만들기 위해 뭐든 하고 있다"며 "더 많은 제재와 압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다음 회담에 참석할 준비가 돼 있지만, 건설적인 만남이 되려면 러시아의 초안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게오르기 티크히 대변인도 "(각서가) 비현실적인 최후통첩으로 가득하고, 러시아가 평화 프로세스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반면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대사는 이날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공은 우크라이나의 코트에 있다"며 "분쟁을 끝내는 조건에 따라 평화로 이어지는 대화냐,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의 패배냐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선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러시아가 요구하는 협상의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한 셈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협상이 논의되는 와중에 최전선에서의 진격 속도를 높이고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폭격을 강화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것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인지, 협상보다 전쟁 승리를 염두에 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은 러시아가 협상을 통한 종전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존 켈리 주유엔 미국 부대사 대행은 이날 안보리에서 "현재 제시된 합의안은 러시아에 최선을 결과"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합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켈리 대행은 "만약 러시아가 이 비극적인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잘못된 결정을 한다면, 미국은 종전을 위한 협상 노력을 철회하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우리는 러시아가 얼마나 종전에 진지한지에 대해 협상 조건의 내용보다 실제 행동을 통해 판단할 것"이라며 최근 러시아의 공세 강화는 "평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피해가 늘자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완전히 미쳤다", "불장난을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에는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향한 푸틴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약 2주 후에 말해주겠다"면서 그가 미국을 속이고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대러 제재 강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즉각적인 휴전에 응하지 않은 채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에 미국이 별다른 압박을 가하고 있지 않다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여겨졌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이스탄불 2차 협상에는 참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만큼, 일단 협상 테이블은 차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대규모 포로 교환을 합의하는 데 머물렀던 1차 협상과 달리 더 진전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느냐에 따라 협상의 성패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1차 협상 때 파견했던 대표단을 그대로 다시 이스탄불에 보낼 예정이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만나자며 정상회담을 요구하던 상황이었지만 러시아 대표단의 면면은 '체급'이 한참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더한 3자 대면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사한 수준의 대표단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협상에는 유럽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논의가 조금 더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안보 자문단이 내주 이스탄불 협상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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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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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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