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국방장관 샹그릴라대화 불참 배경은…"서방 중심 행사로 인식"
美와 관세협상 우선 이유도…미중 고위급 군사회담 결국 무산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국 안보 수장들이 모이는 올해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불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중국 입장에서 샹그릴라 대화가 점차 서방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다 앞으로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대표단 격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30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대표단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올해 대화에는 인도, 파키스탄, 일본, 한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40여개국에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고위 관료와 안보 전문가 등 550명가량이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이 대화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 각종 안보 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는 미중 국방 수장의 회담 기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일찌감치 참석을 확정했으나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불참하면서 양국 군사 대화는 결국 무산됐다.
2007년부터 샹그릴라 대화에 주목하기 시작한 중국은 이후 매년 국방부장을 파견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3년 동안은 둥 부장을 포함해 국방부장을 계속 참석시켰다.
지난해에는 둥 부장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로이드 오스틴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과 대면 회담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표단 격을 낮춘 중국의 이번 결정이 예상을 벗어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샹그릴라 대화를 '서방 중심' 안보 회의로 인식해 관심이 떨어졌고, 대미 관세 협상과 같은 더 시급한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하는 등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딜런 로 싱가포르 난양공대 조교수는 "중국은 샹그릴라 대화가 점점 서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남중국해나 군사력 증강 등 문제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자국 주도의 보아오 포럼이나 샹산 포럼 같은 회의를 도입했다"며 "이 때문에 서방 중심 회의의 필요성을 덜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웨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연구소장는 "이번에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성사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현재 미중 관계의 초점은 무역과 관세 문제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황친하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도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중 간 최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상황은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니다"라며 "양국 간 군사 대화 복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회담이 먼저 열려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 회의에 국방 실무자가 아닌 학자 중심의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각국 대표단과의 실질적 교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교수는 "중국군 내부 인사이동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표단 수준이 낮아진 것은 놀랍지 않다"며 "(중국) 내부의 자체적인 고려와 함께 다른 나라가 어떤 수준의 대표단을 파견하는지도 살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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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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