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취업시장 먹구름…무역전쟁 악재에 대졸자 1천200만명 쏟아져
신규 대졸자 역대 최다인데 국유은행들조차 채용 대폭 축소 "취업난에 사회 안정성 위협"…"경제구조 전환에 따른 현상" 해석도
신규 대졸자 역대 최다인데 국유은행들조차 채용 대폭 축소
"취업난에 사회 안정성 위협"…"경제구조 전환에 따른 현상"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심각한 청년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중국에서 올여름 1천200만여 명의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어서 노동시장 상황이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채용이 더 감소하면서 중국 본토와 홍콩 청년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중국의 4월 도시지역 16∼24세(학생 제외) 청년 실업률은 15.8%로 전달(16.5%)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여름에는 역대 최대인 1천222만 명의 신규 졸업생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실업률이 크게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여름이 졸업 시즌이다.
중국 북부지역의 한 명문대학에서 해양공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인 오원차오는 "좋은 기업이나 권위 있는 연구소에 취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많은 석사 과정 학생들이 박사 진학, 공무원 시험 응시, 유학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중문대에서 마케팅 전공 석사학위를 받은 제스로 천은 지난해부터 중국 인터넷과 소비재 회사에 수십통의 이력서를 보냈으나 취업에 성공하지 못해 결국 졸업을 미뤘다.
그는 "일용 소비재들이 더는 잘 팔리지 않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소비에 대해 신중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로 여겨지는 국유은행들도 올해 신입 채용을 대폭 축소했다.
중국 농업은행은 올해 4천530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이는 지난해(1만4천557명) 대비 68.9%가 줄어든 수준이다.
중국 공상은행은 4천506명(전년 대비 47% 감소), 건설은행은 3천567명(전년 대비 34.8% 감소)를 올해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전문가 왕단은 "공공부문도 확실히 몸을 사리고 있으며,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 자체가 하락하는 문제"라면서 "소프트웨어와 산업 디자인 등 일부 첨단 분야를 제외하면 고소득 업종에서는 채용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 IT, 심지어 공학 전공자들조차 취업을 못 해 대학원 진학이나 공무원 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90일간 유예된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가 40∼65% 수준으로 다시 올라갈 경우, 최대 700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치솟기 시작해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현재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공공정책 컨설팅업체 안바운드의 애널리스트 천리는 "올여름 취업 시장은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이라며 "졸업생 대부분이 인공지능(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전통산업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청년들의 생활 수준이 하락할 수 있고, 이는 불안감과 우울증 증가, 가족 갈등 심화, 사회 안전성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1990년∼2000년대에 겪은 최악의 취업난을 중국도 경제구조 전환에 따라 겪게 되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일본의 고용시장은 인구 감소와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로 최근 들어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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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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