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 사회, 교황청에 "유물 반환 약속 이행하라"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 유물 반환 약속…"레오 14세가 이어받아 지켜야"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 유물 반환 약속…"레오 14세가 이어받아 지켜야"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캐나다 원주민 사회가 가톨릭교회가 약탈해간 유물을 돌려주겠다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약속을 레오 14세 교황이 이어받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캐나다 원주민 단체인 '퍼스트네이션스'의 신디 우드하우스 네피낵 대표는 "불편하고 힘든 문제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유물 반환을 요청했다.
원주민 사회가 반환을 요청하는 유물은 이누비알루이트족의 물개 가죽 카약과 크리족의 자수 가죽 장갑, 200년된 조가비 구슬 벨트, 벨루가 이빨로 만든 목걸이 등 식민지 시대의 물건들이다.
바티칸 박물관과 수장고에는 이런 유물 수천점이 보관돼있는데 모두 로마 가톨릭교회의 선교사들이 1세기 전 전리품으로 가져갔던 것들로 추정된다.
1922년 교황이 된 비오 11세가 가톨릭교회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원주민과 관련된 물건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각 교구에서 이런 유물들을 바티칸으로 보냈다.
원주민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유물이 바티칸에 보관돼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지난 2021년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발생한 비극이 공론화되면서 함께 수면위로 올라왔다.
19세기 초반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 문화를 말살하고 백인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운영했던 기숙학교 터에서 1천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되면서다.
상당수 아동이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기숙학교가 주로 가톨릭교회에 의해 운영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주민 아동 학살에 사죄하기 위해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로 이른바 '참회의 순례'를 떠났고 원주민들을 만나 유물을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유물 반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원주민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선출된 레오 14세가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 다른 원주민 단체인 메티스의 빅토리아 프루덴 대표는 이 유물들에 대해 "매우 중요한 역사적 물건"이라며 "우리 선조들이 만든 이 선물들이 돌아온다면 매우 아름다운 귀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캐나다 출신 추기경들과 만나 유물 반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레오 14세 교황은 아직 이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바티칸 박물관도 유물 반환 계획에 대한 CNN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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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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