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주도 분쟁조정기구 홍콩에 설립 "글로벌사우스 발언권 높이자"
일대일로 참가 개도국 위주 32개국 참여 'IOMeD' 설립 협약식 국제사법재판소 등과 동등한 위상 지향…아·태 '분쟁해결 중심' 왕이 "제로섬 방식 넘어서 조화로운 국제관계 구축"
일대일로 참가 개도국 위주 32개국 참여 'IOMeD' 설립 협약식
국제사법재판소 등과 동등한 위상 지향…아·태 '분쟁해결 중심'
왕이 "제로섬 방식 넘어서 조화로운 국제관계 구축"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분쟁 조정 기구인 '국제중재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ediation·IOMed)가 30일 홍콩에서 설립됐다.
로이터·A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에서 열린 IOMed 설립 협약식에서 중국을 비롯한 32개국이 서명했다.
서명국에는 알제리, 벨라루스, 세르비아, 쿠바, 베네수엘라, 콩고, 케냐,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들이 포함됐다.
이 중 대다수가 아프리카 국가이고 여러 국가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다.
IOMed는 국가와 국가, 국가와 개인, 민간 국제기구 등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는 국제기구로 설립됐다. 홍콩에 본부를 두며 이르면 올해 말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IOMed 설립은 최근 수년 사이 중재외교 보폭을 넓혀온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다자기구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IOMed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사법재판소(ICJ)나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와 동등한 위상을 지니기를 바라고 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날 서명식에서 "중국은 그동안 대화와 협상으로 각국이 갈등을 해결하도록 중국의 지혜를 제공해 왔다"면서 "IOMed의 탄생은 '네가 이기면 내가 진다'는 제로섬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국제분쟁의 우호적 해결을 촉진하고 더 조화로운 국제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 주임은 이어 "자주적이고 유연하고,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조정 규칙과 메커니즘을 수립"해 "국제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공정하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국제 거버넌스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높이자"고 강조했다.
중국은 또한 IOMed 설립으로 홍콩을 '글로벌 중재의 수도'로 육성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모범사례로 내세우겠다는 계획이다. 홍콩에 정부 간 국제기구가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2022부터 약 20개국과 5차례에 걸친 집중 협상 끝에 IOMed가 설립됐다면서 홍콩이 "우호적이고 유연하며,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중재 서비스 제공을 지원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제 법률·분쟁 해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2020년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홍콩 사법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IOMed 설립으로 국제 비즈니스 중심으로서의 명성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IOMed를 통해 자국 관련 국제 분쟁을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앞서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광범위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영유권을 고집하며 필리핀 등 인근 국가와 마찰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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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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