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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km 던져도 볼볼볼볼볼볼, ABS 시대의 낙오자일까…자멸하는 '포수→투수' 트랜스포머 신화

[OSEN=조형래 기자]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한다. 타자들을 충분히 지배할 수 있는 구위와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갖추고도 그에 걸맞는 성적이 따라오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5선발 나균안의 아쉬운 모습이 거듭 나오고 있다.

나균안은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05구 4피안타(1피홈런) 6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팀의 1-4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날 나균안은 1회부터 제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2회까지 위기를 겨우 넘긴 나균안은 3회 고명준에게 홈런을 맞았고 4회 볼넷 4개를 헌납하며 3실점을 내줬다. 투구수 105개 중 스트라이크는 62개, 볼은 43개였다. 

나균안은 단조로운 패턴에 의존했다. 최고 148km 포심 패스트볼 44개, 그보다 많은 포크볼 45개를 던졌다. 커터 13개, 커브 3개를 더했다. 안 좋은 날의 패턴, 포크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기 양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그렇다고 이날 제구가 완벽한 것도 아니었다. 포크볼이 마음대로 구사되지 않자 인상을 쓰는 장면이 여러번 잡혔다. 

나균안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4.94까지 치솟았다. 11경기 동안 승리 없이 3패. 개막 이후 4월까지 승리는 없었지만 평균자책점 3.64(29⅔이닝 12자책점)로 잘 던졌다. 특히 상대 에이스급 선수들과 맞붙으면서 이뤄낸 성적들이었다. 이만한 5선발은 없었다. 그러나 6월 들어서 나균안은 다시 흔들렸다.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6.48(25이닝 18자책점)에 그쳤다. 6월에는 5개의 홈런을 얻어 맞으며 어려움에 놓였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은 2021~2022시즌 동안 62경기(20선발) 4승 10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6의 성적으로 스윙맨 역할을 잘 해냈다. 그렇다고 안정감 있는 투수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2023년 나균안은 잠시나마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군림할 때도 있었다. 2023시즌 개막 이후 5경기 4승 평균자책점 1.34(33⅔이닝 5자책점) 8볼넷 29탈삼진의 성적을 기록하며 KBO 월간 MVP를 수상했다. 이후 4월의 기세를 잇지 못했고 햄스트링, 팔꿈치 부상 등으로 부침을 겪었다. 

그럼에도 2023년 나균안은 23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130⅓이닝 55자책점)으로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하며 ‘트랜스포머’ 신화가 쓰여지는 듯 했다. 

나균안은 투수로서 손의 감각이 좋은 투수다. 또한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공략하면서 피칭을 하는 유형이다. 다만, 투수 전향 이후에는 이러한 능력이 극대화되기 힘들었다. 

리그 최고의 프레이밍을 갖춘 포수 유강남이 합류한 시기와 맞물렸다. 나균안의 보더라인 활용 능력이 유강남의 프레이밍으로 극대화 됐다. 유강남과 호흡을 맞추면서 날개를 달았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2021~2022년 9이닝 당 볼넷은 3.35개였지만 2023년에는 2.90개로 유의미하게 줄었다. 9이닝 당 탈삼진도 8.23개에서 7.87개로 함께 줄었지만 삼진/볼넷 비율은 2.71개로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균안은 2024년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개인 사생활 문제들이 얽히면서 선수 주변이 어수선했지만 성적이 극적으로 추락했다. 

2024년 나균안은 26경기(14선발) 4승 7패 평균자책점 8.51로 투수 전향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무엇보다 볼넷이 늘어났다. 2023년 9이닝 당 2.90개의 볼넷을 내줬고 커리어 통산 3.15개의 볼넷만 내줬는데, 2024년에는 무려 9이닝 당 5.79개의 볼넷을 내줬다. 9이닝 당 9.12개의 탈삼진을 뽑아냈음에도 나균안은 이를 상쇄시키지 못했다. 삼진/볼넷 비율은 1.57개.

올해도 마찬가지다. 9이닝 당 4.94개의 볼넷을 허용했고 삼진도 9이닝 당 6.75개로 줄었다. 삼진/볼넷 수치도 1.37개로 떨어졌다. 올해 30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콜어빈(두산, 35개)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

어쩌면 ABS 시스템 도입도 연관이 됐을 수도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2024시즌부터 도입되어 더 이상 사람이 아닌 기계가 스트라이크 존을 판정하게 됐다. 더 이상 포수의 프레이밍이 통하지 않는 불멸의 스트라이크 존이 형성됐고, 보더라인 피칭을 하는 나균안으로서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예전이라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돼도 무방한 공들이 이제는 자비 없이 볼로 판정을 받았다. 나균안의 등판 경기들을 보면 어처구니 없이 공이 빠지는 경우는 잘 없다. 모두 스트라이크 존 근처에서 볼이 됐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서 볼넷은 늘어났고 이게 나균안을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또 구위 자체는 좋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한 패스트볼-포크볼 패턴으로 수읽기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공격적인 피칭을 주문하지만 자신의 패턴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 

5선발로서 최소한의 몫을 해주기를 기대했는데, 나균안은 올 시즌 역시 아쉬움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는 어쩌면 이제 다시 5선발 오디션을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email protected]


조형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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