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의료는 휴머니즘의 근원

기원전 5세기의 히포크라테스는 최초로 해부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객관적인 관찰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려 했다. 그는 질병을 신의 뜻이나 초자연적 개입의 결과로 보는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이성과 실증에 기반한 치료법을 시도했고 이후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활동으로 이어졌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의 윤리적 책무를 상징하는 선언으로 알려졌지만 그 정신의 핵심에는 방대한 사례의 축적과 냉철한 관찰을 통해 의학을 경험과학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의사의 사회적 지위 또한 매우 높았다. 특히 5세기 이후 의학은 고도의 지식과 윤리적 책임이 요구되는 분야로, 철학자나 예술가와 같은 수준의 명성을 누리기도 했다. 자연치유를 주로 하는 한국의 전통의학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서양의 실증주의적 방법과 전통적 홀리즘(holism·생명현상은 부분의 총합이 아니라고 보는 전체론)이 결합된 K의료의 선양도 새 정부의 과제 중 하나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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