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800위안 형의 절규

지난달 20일 점심 무렵의 일이다. 중국 쓰촨성 이빈시의 진위(錦裕)방직공장에서 큰불이 났다. 37시간 계속된 화재는 수천만 위안의 피해를 낳았다. 방화였다. 전 공장직원 원(文)씨가 불을 지르고 공장장을 흉기로 찔렀다. 다행히 공장장은 생명엔 이상이 없었다. 한데 27세의 원씨는 왜 이처럼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어려운 생활을 하던 원씨가 밀린 임금 800위안(약 15만원)을 받지 못해 벌인 사건이란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지난달 발생한 중국 쓰촨성 방직공장 방화사건의 인터넷 영상과 AI 이미지. [사진 엑스 캡처]](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2/73d82b3e-0c20-4c61-9bc1-91c5abe88be4.jpg)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노동자가 정작 법률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법관과 노동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좌절한 노동자가 불을 지르는 등 극단의 수단을 써야 경찰도 오고 법관도 나타난다’는 조롱조 글이 이를 대변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체불임금 사태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이번 사건도 한 예다.
진위방직공장은 원래 저장성 자싱시에 있다가 더 싼 임금을 찾아 쓰촨성 이빈시의 핑산현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완전한 해법은 아니었다. 이들 중국 소도시에 위치한 공장들은 더 싼 임금의 동남아 공장들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 기업가들이 트럼프의 관세보다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의 공장을 더 신경 쓴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의 눈부신 기술굴기 이면엔 여전히 고달픈 민초들의 삶이 배경화면처럼 깔려 있는 것이다.
“내가 살고 죽는 건 상관없다. 그러나 너만큼은 꼭 죽여야겠다.” 공장장을 향해 독기로 가득 찼던 원씨의 절규다. 체불임금 문제가 비단 중국만의 문제일까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유상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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