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의 시선] ‘똘똘한 한 채’란 괴물 무너뜨리려면

그야말로 “헉” 소리가 나는 기사 제목이다.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로 향하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평당 매매가(1억531만원)가 사상 처음 1억원을 돌파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처음이다. 1년 전보다 19.83% 뛰었다. 반면 지난 4월 전국 1분위(하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억1567만원이다. 서울의 1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4억9004만원)을 생각하면, 믿기 힘든 이 헤드라인은 사실이다.
집값 격차는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평균 매매 가격으로만 따져도 서울 아파트 한 채 값(13억2965만원)으로 6개 광역시(3억6721만원) 아파트 3채 이상을 살 수 있다. 서울 내에서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02를 기록했다. 상위 20% 아파트 한 채 값으로 하위 20% 아파트 6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초양극화를 이끄는 건 맹렬한 ‘똘똘한 한 채’ 수요다. 문재인 정부 때 주택 정책의 금과옥조가 되어버린 ‘1가구 1주택’ 기조가 낳은 괴물이다. 치솟는 부동산값을 잡으려 국지전과 전면전을 불사했지만, 판판이 깨진 정책 당국은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주택보급률(일반 가구 수에 대한 주택 수의 백분율)은 100%를 넘지만, 자가보유율과 자가점유율(본인 집에 사는 사람의 비율)은 60% 안팎에 불과한 게 거슬렸다. 다주택자를 시장 왜곡과 가격 왜곡을 야기하는 원흉으로 몰아갔다.
다주택자를 향한 공세는 전방위적이었다. 다주택자가 집을 사고(취득세), 가지고 있고(보유세), 팔 때(양도소득세) 모두 세금을 중과했다. 대출도 막았고 청약은 불가능했다.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고,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은 폐지했다. 다주택자가 물량을 던지며 집값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란 게 정책 당국의 기대였다.
‘1가구 1주택’ 기조에 양극화 심화
지방 부동산·비아파트 시장 붕괴
주택 가격 합산해 세금 부과해야
지방 부동산·비아파트 시장 붕괴
주택 가격 합산해 세금 부과해야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자극한 건 1주택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다. ‘1가구 1주택’ 논리에 함몰돼 개수에만 집착한 탓에 과세 왜곡이 생긴 것이다.
공시가격 12억원 미만의 주택을 한 채 가진 사람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공시가격 3억원인 집 3채를 가진 경우에는 종부세를 내야 한다. 게다가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발언대로면 1주택자 세금은 더 완화될 수 있다.
그 결과 강남은 부동산 시장의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빌라나 오피스텔이 아닌 아파트, 지방이 아닌 서울, 서울에서는 강남, 강남 중에서도 대단지 신축 위주로 수요가 집중됐다. 1주택자의 ‘상급지 아파트’ 갈아타기가 이어졌다.
이 흐름 속 지난 3월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의 전용면적 84㎡가 70억원에 거래되며 국민 평형으로는 처음으로 평당 2억원을 넘겼다.

‘인기 지역 선호→수요 쏠림→규제 강화→높아지는 희소성→가격 급등’의 악순환이 반복되며 강남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도 자극하고 있다.
반면 지방 부동산과 비아파트 수요는 사라졌다.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며 지방 부동산은 무너지고 있다. 다주택자가 사라지며 빌라 수요도 증발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근접하며 전세 사기도 기승을 부렸다. 임대 공급이 줄며 월세도 상승했다.
각종 문제와 부작용이 커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단 오는 4일부터 단독·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단기 임대’가 부활한다. 지방 주택 취득 시 1주택에서 제외하거나 ‘1인 2주소제’ 등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모두 ‘1가구 1주택’ 원칙을 고수한 꼼수나 땜질 처방일 뿐이다.
오히려 보유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것이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수요를 막을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 그렇게 한다고 정부의 배신에 치를 떨었던 다주택자가 쉽게 돌아올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 필요한 건 ‘1가구 1주택’이란 허구의 믿음을 포기하고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짤 용기다.
하현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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