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외국인 유학생 배척하는 미국

하버드에 선전포고한 트럼프
지원 중단에 비자 업무도 중지
배타주의는 과학기술의 적
미국의 세계 영향력에 치명적
지원 중단에 비자 업무도 중지
배타주의는 과학기술의 적
미국의 세계 영향력에 치명적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교정에서 학생·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보조금 철회 조치를 ‘대학 길들이기’로 규정하며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2/5355e59f-06f8-4e6e-bb92-460faa31386e.jpg)
유학생을 미국 혐오자로 인식
외국인이 필요 없다는 충동적 생각은 트럼프식 정치의 핵심이다. 며칠 전 미국 국무부는 세계 각국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비자 신청자들의 사상과 언행을 속속들이 점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준비될 때까지 신규 비자를 발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 유학생들은 다시 심사하여 이미 받은 비자도 취소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트럼프가 가진 유학생의 이미지란 공부는 안 하고 좌파적 선동을 일삼는 미국 혐오자들이다. 사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며 인종주의와 배타주의의 표출에 불과하다.

최고 연구자들 모여 과학 발전
이주민을 배척하는 배타주의는 과학의 기본 정신과 정반대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외국인들을 들여와서 필요한 일을 시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지만 과학에서 이루어지는 국제적 교류는 그 차원을 넘어선다. 과학 연구도 대부분 특정한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지만 진정한 과학자라면 국경을 넘어서는 교류를 원한다. 자기의 연구에 필요한 배경 지식이나 기술적 설비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 내었는지에 상관없이 수입한다. 과학이 가장 발달한 곳을 보면 인간관계도 국경 없이 이루어진다. 최고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차별 없이 모집하고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협업하고 교류한다.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선생과 학교·연구소를 찾아 지구 곳곳으로 다닌다. 그러한 개방성이 없는 집단이 하는 과학연구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유학생이란 과학의 생태계에 아주 긴요한 일원이 된다. 자연과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과 산업들도 이런 모습으로 발전한다.
하버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하버드는 단순히 좋은 학교가 아니라 온 세계가 왜 미국을 부러워하는지를 상징한다. 하버드가 대표하는 미국의 고등교육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을 이해하고 미국을 사랑하게 된다. 그것은 미국이 누려온 ‘부드러운 힘(Soft Power)’에 크게 보태주는 역할을 해 왔다. 필자의 아버지도 패기만만한 젊은 공무원 시절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하버드 법대 대학원에서 1년 동안 연수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그 후로 일생동안 미국에 대한 예찬과 애정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이런 사람들이 박혀 있다. 그런 전통과 그의 위력을 잘 알지도 못하고 파괴하려는 트럼프 정권의 작태를 보면 서글프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도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많은 외국 유학생이 찾아오고 있다. 작년에 처음으로 2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외국인 교수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잘 포용하고 우리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에서 그런 역할을 포기한다면 우리 같은 새로운 선진국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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