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첫 해외전시' 스미스소니언 관장 "K문화 열풍 실감"


리움미술관에는 청자동채 연꽃무늬 표형주자, 고려불화 아미타여래 삼존도, 가야금관, 청동은입사보상당초봉황문합, 김홍도의 대작 병풍 '군선도' 등 10점의 국보가 있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진 대표 소장품이다. 로빈슨 관장은 "리움의 도자 컬렉션이 좋고, 우리 미술관 역시 청자 위주의 한국 미술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어 두 기관이 청자를 공동으로 연구하기로 했다"고도 덧붙였다.


Q : 스미스소니언은 왜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고자 하나.
A : "이건희는 탁월한 컬렉터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불교 미술, 사랑방 가구를 통한 유교 문화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총체적으로 보여줄 드문 기회다. 국가에 기증한 스토리 또한 우리 미술관의 건립 배경이 된 프리어의 기증과도 연결된다."

Q : NMAA에도 이건희 컬렉션과 조응할 만한 한국 미술품들이 있는데, 함께 전시되나.
A : "그렇지 않다. 이번 특별전은 이건희의 수집 열정과 역사에 대한 것이라, 오로지 여기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물론 이건희 컬렉션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우리 미술관 한국실이나 다른 상설전에도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Q : 아시아의 고미술 컬렉션으로 알려진 NMAA가 현대미술 전용관을 연 이유는.
A : "지난 5~6년간 우리 미술관은 5000점 넘게 소장품을 확장했다. 설립자인 프리어도 아시아 고미술뿐 아니라 당시의 현대미술이라 할 미국 미술도 수집했다. 코로나 이후 관람객이 15~20% 정도 늘었는데, 평균 연령대가 다른 미술관에 비해 젊은 편이라 이들의 관심사를 반영할 필요도 있었다."

Q : 박찬경ㆍ서도호부터 이건희 컬렉션까지, NMAA는 왜 한국미술에 관심이 커졌나.
A :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걸 우린 피부로 느낀다. NMAA가 재작년 시작한 '추석 페스티벌'에는 8000명 가까운 이들이 왔다. 한국 문화에 대한 높아가는 관심을 극대화할 방안은 꾸준한 전시다."

Q : 박찬경ㆍ서도호전에 대한 현지 반응도 궁금한데.
A : "박찬경은 미국 관객들이 잘 모를 수 있는 한국사에 대한 통찰을 줬다. 한국전쟁, 샤머니즘, 한국사, 나아가 후쿠시마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할 만한 작품을 내놓았다. 서도호는 기념비가 많은 워싱턴 D.C.에서 과거를 어떻게 볼 것인지, 역사는 여럿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인지, 영웅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로빈슨 관장은 이슬람 역사ㆍ문화 전문가다. 브라운대 졸업 후 하버드대 근동 언어 및 문명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대 동양학부 교수, 뉴욕 시립대 총장을 역임했다. 2018년 말 관장으로 합류한 NMAA에서 소장품을 5400점 이상 늘렸고, 국제 파트너십을 확충했다. 그는 "미래의 박물관은 협력에 중점을 둬야 하며, 한 가지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소니언의 이건희 컬렉션 전시는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문체부ㆍ스미스소니언 재단이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른 것이다. 양국 모두 당시와는 다른 대통령들이 11월 전시를 맞게 된다. 로빈슨 관장은 "한국과 미국의 정치 상황이 변하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장기적 협력 관계를 내다본다"고 말했다. "우리 미술관은 102년 역사를 갖고 있고, 프리어의 수집 기간부터 따지면 140년 가량의 오랜 전통이 있기에 누가 세계를 지배하느냐 보다는 긴 안목으로 보려 한다"며 웃었다.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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