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배급소에 누가 총 쐈나…하마스·이스라엘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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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이스라엘이 민간인 40명 학살”

로이터통신도 시신 31구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의 학살로 민간인이 40명 넘게 숨지고 150명 넘게 다쳤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날 오전 3시쯤 라파 배급소에서 약 1㎞ 떨어진 교차로에 군중이 몰리자 이스라엘군이 ‘해산하라, 나중에 다시 오라’고 명령했으며 이후 발포가 이뤄졌다는 목격자들의 발언을 전했다. 한 가자지구 주민은 AFP에 “무인기(드론)와 탱크 공격이 갑자기 시작돼 내 앞에서 여럿이 죽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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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복면 괴한 총격…하마스 배급 방해”

이스라엘군은 구호품 배급 현장의 모습을 담은 드론 촬영 영상을 공개하며 총격 주체가 하마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당 영상에는 머리에 천을 뒤집어쓰고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배급소 주변 주민들에게 총을 쏘고 돌을 집어 던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제권을 유지하려 주민을 굶기고 위험에 빠뜨리는 잔혹한 테러조직”이라며 “하마스는 식량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은 하마스 테러조직이 전하는 정보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발포 당사자가 자신들이 아니라 하마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라파 GHF 배급소에서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번 테러로 21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179명의 사상자를 확인했다”며 “대부분 총상이나 파편상을 입은 이들은 구호품 배급소에 가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다만 ICRC는 총격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이번 총격 사건은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구호물자 배급을 재개한 가운데 굶주림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GHF 배급소에 몰리면서 발생했다. 지난 3월 2일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를 봉쇄했던 이스라엘군은 11주만인 지난달 18일 이를 해제하고 같은 달 27일부터 GHF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에 구호물자를 직접 배포하고 있다.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과 산하 기구가 담당해 온 가지지구 구호물자 배포를 대신하겠다며 만든 단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구호물자를 빼돌리거나 탈취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런 계획이 원조를 무기화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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