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서 꽃 피우지 못한 '2군 타격왕' 재능, NC 와서 터지나 "진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NC 한석현. /NC 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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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창원,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외야수 한석현(31)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데뷔 첫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한 경기 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한석현은 지난 1일 창원 한화전에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5타점으로 활약하며 NC의 16-5 대승을 이끌었다. 안타 2개 모두 홈런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5타점을 올렸다.
2회 첫 타석부터 한석현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0-3으로 뒤진 2사 1루에서 한화 좌완 선발 황준서의 2구째 가운데 낮게 들어온 시속 141km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시즌 2호 홈런. 낮게 잘 들어온 직구였지만 한석현이 노림수를 갖고 배트를 돌렸다. 역전의 발판이 된 추격포.
5회 좌익수 뜬공, 6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10-5로 앞선 7회 쐐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한화 우완 원종혁과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3연속 파울 커트 이후 9구째 시속 153km 바깥쪽 직구를 받아쳐 중견수 쪽으로 라인드라이브를 날렸다. 한화 중견수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첫발을 앞으로 뗐지만 타구가 예상보다 더 날아갔다. 플로리얼이 점프 캐치를 시도했지만 글러브를 맞고 튕겨져 나간 공이 뒤로 빠진 사이 한석현이 1루, 2루, 3루를 지나 홈까지 전력 질주했다.
실책이 될 수도 있었지만 기록원은 ‘그라운드 홈런’으로 인정했다. 올 시즌 리그 1호이자 역대 통산 100번째 그라운드 홈런으로 개인 첫 번째. NC 구단으로는 2013년 4월27일 마산 두산전 노진혁, 2014년 10월9일 시민(대구) 삼성전 에릭 테임즈, 2022년 8월7일 사직 롯데전 닉 마티니, 2023년 8월26일 창원 LG전 김주원, 지난해 7월31일 고척 키움전 권희동에 이어 역대 6번째였다.

NC 한석현. /NC 다이노스 제공
경기 후 한석현은 “(박용근) 3루 베이스코치님만 보고 뛰었다. 평소보다 팔을 빨리 돌리셔서 놀랐는데 아웃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걸로 탄력을 받아 더 빨리 뛴 것 같다”며 “(전력 질주로) 너무 힘들어서 수비를 하러 갈 때도 헐떡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라운드 홈런은 행운이 깃들었다면 2회 첫 홈런은 실투도 아닌 공을 제대로 노려서 넘겼다. 한석현은 “이전 이닝부터 타격코치님께서 직구가 계속 낮게 온다고 하셨다. 직구 하나만 보고 들어갔는데 상상한 것처럼 홈런이 나왔다. 오늘 같은 경기를 매일 하고 싶다”고 기뻐했다.
경남고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한석현은 2014년 2차 5라운드 전체 48순위로 LG에 입단했다. 2020년 퓨처스 북부리그 타율 1위(.345)에 오르며 1군도 데뷔했지만 2022년까지 3년간 1군 31경기 출장에 그쳤다. 외야수가 넘치는 LG에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NC 한석현. /NC 다이노스 제공
결국 2022년 시즌 후 당시 폐지를 앞둔 퓨처스 FA 제도를 통해 LG를 떠나 NC로 팀을 옮겼다. 퓨처스 FA 제도 시행 2년째 ‘1호 이적생’이 되며 스스로 살 길을 찾았다. 그러나 NC에서도 기대만큼 잘 풀리진 않았다. 2023년 27경기, 2024년 40경기로 1군보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퓨처스리그 10시즌 통산 타율 2할9푼8리(1629타수 486안타) 23홈런 204타점 OPS .798로 꾸준하게 활약했지만 1군만 올라가면 잘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의 반도 안 지난 상태에서 1군 33경기를 뛰며 타율 2할3푼8리(80타수 19안타) 3홈런 17타점 OPS .740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24일 콜업 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준주전급으로 계속 뛰고 있다. 타격도 임팩트가 있지만 중견수 중심으로 외야 수비가 향상돼 쓰임새가 높아졌다.
한석현은 “작년까지는 긴장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선발뿐만 아니라 중간에 대수비, 대주자, 대타로 나갈 때도 즐긴다. 경기에 나가 팬들의 환호를 느끼는 게 재미있다”며 “기술적으로 크게 바뀐 건 없다. 올해는 그냥 진짜로 흔히 말하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준비한 것밖에 없다. 올해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며 “오늘 같은 경기를 매일 보여주면 좋겠다. 계속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mail protected]
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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