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패키지' 손절?…머스크 측근 월츠와 그의 처형도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사 청문회까지 마친 제러드 아이작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장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것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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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월츠 땐 ‘처형’ 패키지 경질
한 달 전에도 유사한 형식의 인사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마이크 월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돌연 주유엔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사실상의 경질 인사로 해석됐다. 그리고 인사는 월츠로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츠 경질 6일 뒤인 지난달 7일 소셜미디어(SNS)에 “케이시 민스를 의무총감(Surgeon General) 후보자로 지명한다”는 글을 올렸다.

문제는 ‘미국의 주치의’로 불리며 공중보건 분야를 책임지는 의무총감에 이미 다른 사람이 지명돼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8일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청문회 전날 낙마한 인사는 월츠 전 보좌관의 처형인 자넷 네셰이왓 박사였다. 그의 여동생 줄리아 네셰이왓은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을 지냈고, 그의 배우자가 월츠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월츠에 대한 돌발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의 처형까지 쳐낸 모양이 됐다.
네셰이왓 박사 대신 지명된 민스 박사의 친오빠인 캘리 민스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의 수석 고문이다. 민스 박사는 보수 편향 팟캐스트에 출연하며 극우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웰빙 분야의 인플루언서다. 스탠퍼드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지만 외과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중퇴한 경력과 자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에 대해 모른다. 복지부 장관이 그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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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인사 뒤엔 ‘트럼프 감별사’ 루머
현지 소식통은 “월츠의 경질 과정에서 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처형까지 함께 경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인사의 본질을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며 “트럼프의 인사가 적임자보다는 충성파와 그들의 지인 위주로 이뤄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들의 인사 과정에서 외부의 요구에 반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특히 극우 선동가 로라 루머가 사실상 마가(MAGA) 진영의 대표자로 ‘감별사’ 역할을 하며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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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조직적 암살”…또 다른 보이지 않는 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머스크와 결별한 직후 그의 측근 아이작먼 전 국장까지 경질했다. 그런데 그의 경질에 대한 루머의 반응이 이전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루머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워싱턴의 내부자(deep state)들이 아이작먼의 의회 인준 전에 지명을 철회하도록 하고 있다”며 “아이작먼은 머스크와의 관계 때문에 보복을 당했다는 믿을만한 이유가 있고, 이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관계를 손상시키려는 조직적 암살 작전(coordinated hit job)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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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먼 “정치 지도자의 무게 깊이 이해”
백악관은 아이작먼의 경질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과거 민주당에 기부했던 전력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NYT는 “지난해 지명 과정에서 백악관은 아이작먼이 민주당에 기부했던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났을 때도 아이작먼이 직접 기부금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NYT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 복지장관은 민주당원 신분으로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정치 자금을 기부했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역시 민주당에 선거 자금을 지원했던 전력이 있지만 이들에 대한 경질 기류는 전혀 없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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