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장애여성의 불편한 진실과 욕망, 무대서 만난다
![‘헌 치백’은 최대 4명의 배우가 동시에 주인공 샤카를 연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국립극장]](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6/03/c5bd7cb6-c3df-4856-a94a-5cfbad01b961.jpg)
중증 장애가 있어 온종일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40대 여성 이자와 샤카. 그가 어느 날 남성 간병인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내 휘어진 몸속에서 태아는 제대로 크지 못할 것”이지만 “임신과 중절까지라면 보통 사람처럼 가능할 것”이라는 욕망을 드러내며.

Q : 장애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부담은 없었나.
A : “어려운 일이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우리가 왜 이 작품을 하려고 했는지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샤카의 글, 작가가 써놓은 말들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Q : 원작엔 적나라한 표현이 자주 나온다. 어떻게 무대로 옮겼나.
A : “샤카의 욕망은 단순히 성적이거나 야한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타인과 마찰하고 싶고, 때로는 충돌까지 하고 싶은 원초적인 감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수위가 높은 표현은 그대로 옮기지 않고 무대에 맞게 각색했다.”
Q : 여러 배우가 샤카를 연기하는 구성이다.
A : “처음에는 샤카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찾으려 했지만 원작과 꼭 들어맞는 인물을 섭외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여러 배우가 샤카를 연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샤카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Q : 과거 연출작들과는 다른 시도로 느껴진다.
A : “‘더 웨일’을 연출했을 때는 배우에게 분장을 입혀 고도비만인 찰리의 외형을 최대한 리얼하게 구현하려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형식적으로 다른 접근을 택했다. 샤카를 현실적인 외형으로 재현하지 않고도 관객이 그 존재를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무모한 시도일 수 있지만, ‘없음’에서 출발해 무언가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Q : 원문을 살린 대사가 많다.
A : “도입부는 소설 문장을 그대로 사용했다. 낭독극 같은 느낌이 난다. 배우들이 샤카에 대해 설명하듯 말하다가, 점차 샤카의 마음에 가까워지면서 샤카 자신이 된다. 제삼자에서 당사자로 변화하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Q : 연극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었나.
A : “생명에는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라 어둠과 고통도 있다. 그 고통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이 온전한 삶 아닐까. 죽은 땅에서 솟아나는 싹 같은 생명도 있다는 걸 샤카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Q : 연극 ‘와이프’ 등에서도 소수자 정체성을 다뤘다. 사명감이 있나.
A : “내가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연극이라는 장르가 본디 그렇다. 시대보다 한발 앞서 주변부를 비춘다.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뿐이다.”
연극 ‘헌치백’은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국립극장에서 볼 수 있다.
홍지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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