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투표장으로 가는 아침에

통합의 리더십 지닌 대통령 뽑혀
대립·분열로 지친 사회 치유하길
당선 후엔 개헌공약 제대로 지켜
새 시대 열었다는 평가 받았으면
대립·분열로 지친 사회 치유하길
당선 후엔 개헌공약 제대로 지켜
새 시대 열었다는 평가 받았으면

이런 불안감에 더해 그동안 우리는 심적으로 몹시 피곤하고 불편하게 지내왔다. 대한민국은 오래전부터 심각한 갈등 사회가 됐다. 사회는 정파적 입장이나 이념에 따라 두 쪽으로 갈렸고, 정치가 뭐라고 이런 대립이 사적인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오랜 친구나 지인과 다투고 헤어지게 했다. 이렇게 분열과 대립이 극심해졌지만, 통합의 중심이어야 할 대통령은 오히려 갈등의 정점에 놓여 있었다. 갈등을 해소해야 할 여야 정치는 상대방을 부정하며 대립했고 적대감만 부추겼다. 최근의 계엄과 탄핵 사태만을 두고 보아도, 극단적인 거리의 정치가 시국을 주도하고 정치권은 강성 지지층에 이끌려 다니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정치적으로 피곤한 사회가 되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거쳐 간 대통령들의 무능하고 편파적인 리더십 때문이다. 역량을 갖추지 못한 무능한 지도자가 우리 사회를 이 지경이 되도록 망가뜨렸다. 그래서 오늘의 대통령 선거는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지금으로부터의 5년이 우리 사회의 추락과 파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후보가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오랜 기간 대립과 분열로 상처받은 우리 사회를 치유하는 것이다. 통합의 리더십은 우리 편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과 화해의 정치에서 비롯된다. 자의적 권력행사는 최대한 자제되어야 하고, 과거를 덮고 미래를 향해 사회적 힘을 모아 가야 한다. 여야 간 입장의 차이를 존중하고 자주 만나 대화하면서 정치력으로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최근의 몇몇 대통령들과 같이 과거를 향한 보복과 복수의 정치, 그리고 승자독식과 일방주의의 권력 행사가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쩌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추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회는 더욱 극심한 분열과 대립의 상태에 빠질 것이고 정치적 안정도, 대통령의 리더십도 모두 흔들리게 될 것이다.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통합의 리더십은 필요하다. 당선되기 전에는 전임자를 보며 그것도 못하느냐, 나라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새로이 당선된 대통령이 직면할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나 혼자서, 혹은 우리끼리만 모든 걸 다 하겠다고 달려들어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도 없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사면초가에 빠진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포용적인 리더십은 정말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파를 넘어 폭넓게 인재를 등용하고, 필요하다면 야당에도 도움을 청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선거일 아침에, 우리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마음이 교차한다. 걱정보다 희망으로 국민의 마음을 채워줄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면서 우리가 지닌 한 표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헤아려 본다.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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