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견제 ‘오션’ 띄운 일본…한국 새 정부, 선택의 기로
일본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무대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오션(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 구상을 공식화했다.기존에 제안한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에서 군사적 색채는 덜어냈지만 사실상 이름만 바꿔 미국의 ‘대중 견제 올인’ 기조에 적극적으로 발맞추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미·일 동맹 주도의 역내 대중국 압박 구도에 동참할 것인지 아닌지가 당장 3일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 출범할 정부가 맞닥뜨릴 주요 안보 현안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일본 방위성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31일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역내 급변하는 안보 환경을 언급하며 “오션 아래에서 각국이 손을 잡고 대화를 거듭해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그 중심에 계속 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션 구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크게 내려다보면서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만들어 가자는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나카타니 방위상은 지난 3월 말 헤그세스 장관이 방일했을 때 한반도와 동·남중국해를 하나의 작전 및 전쟁 구역(전구, 戰區)으로 묶는 원 시어터 구상을 처음 제안했다(아사히신문 4월 15일자 보도). 오션은 용어만 순화했을 뿐 동일한 구역의 안보협력체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원 시어터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국방수장이 이를 제안한 것 자체가 대만해협 유사시 공동 군사 대응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오션은 한국까지 포함하는 구상이다. 하지만 나카타니 방위상이 오션을 띄운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 한국 국방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내정치적 혼란 등으로 한국이 빠진 아시아 주요 안보 행사에서 한국의 안보 태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상을 일본이 선제적으로 띄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새 정부는 곧바로 이에 동참할 것인지 질문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새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거나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인다면 한·미 동맹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역내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한국이 이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은 안이한 태도”라면서 “미 측의 전략적 목표와 우리 국익의 접점을 만들어내는 게 과제”라고 조언했다.
미 측의 요구사항은 복합 청구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재편하려는 인태 전략에 한국이 적극 호응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증액-전시작전통제권 전환-주한미군 감축 등으로 이어지는 ‘안보 홀로서기’ 패키지를 강요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근평.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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